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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신성범 정치인의 자질

김용민, 신성범 정치인의 자질

 

이상재

 

지난 4.11 총선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대선급 주자를 제외한다면 언론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이가 아마도 나꼼수의 김용민 씨일 것이다. ‘막말때문이다. 여성과 노인, 개신교를 아주 저속한 말로 비하했단다. 우리 지역에서도 국회의원 후보의 막말이 있었단다. 김용민 씨는 낙선하였고 신성범 씨는 당선되었다.

두 사안은 수위의 차이가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비교를 삼고자 하는 것은 사과의 정도에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김용민 씨의 말들을 두둔하지는 않겠다.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이기 때문이다. 하여 김용민 씨도 자신의 발언들에 대해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사과했다. 그에 비해 신성범 씨의 발언은 김용민 씨에 비해 수위는 매우 낮았다. 그렇지만 보통의 상황에서는 입에 담기 껄끄러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공개적인 사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하였다.

김용민 씨는 10년 전 성인용 인터넷 방송에서의 발언이었고 신성범 씨는 술 취한 상태에서의 언행이었다. 나름의 사정들은 있다. 또 발언 당시의 신분이 공인이냐 아니냐의 차이도 있다. 그렇지만 누구가 잘 했네, 누구가 더 개차반이네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진솔하였고, 누구는 그저 당장의 상황만 모면하려 하였다를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주권자의 의식 구조를, 선거권을 가진 주민들의 가치관을 짚어보자는 것이다.

흔히들 정치인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이라고들 한다. 따져보자.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맨날 천날 날치기에다 주먹다짐이고, 육두문자를 달고 다닌다며 비판한다. 그러나 그 정치인들을 선택한 이들은 누구인가? 국회는 당리당략에 얽매여 민생은 나 몰라라 한다며 그 나물에 그 밥, 다 똑같다고 외면한다. 그러나 웬만한 자리에서는 정치 이야기 하지 말자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날치기가 아니라 합의와 배려를 존중하는 정치인들이 모여 민생을 챙기는 국회를 만드는 일 어렵지 않아요. 평소에 정치에 관심을 두고 기본을 갖춘 정치인을 뽑으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고 쉽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주권자들은 도덕성에 흠이 많고, 편법이나 탈법을 저지른 이라도 괜찮다는 선택을 하였다. 뒤를 이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자는 선택을 하였다. 그리하여 국가기관이 나서서 온갖 꼼수와 편법이 나라 전체에 넘치도록 만들었다. 부동산 투기로 온 국토를 헤집었다. 우리의 선택이었고 우리의 수준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와 가치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정치인이나 행정정책도 달라지지 않는다.

거창사랑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어떤 이가 말했다. “국회 때 다들 욕하면서 싸우더라. 잔 고장 한번 났다고 기계를 버리지 않는다. 트랙터처럼 힘 좋은 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 사람의 생각이지만 거창·함양·산청 주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포항 남구와 울릉군 주민들은 동생 부인과 좋지 않은 소문이 있어도 큰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부산 사하갑의 주민들은 논문을 베껴 교수가 되었더라도 상관없다고 결정하였다. 이 정도가 주권자의 의식이고 가치관이다. 다른 이 탓할 것 없다. 사회의 목탁이라는 언론 역시 독자인 주민의 수준과 가치관에 맞추어 보도한다.

너무 암담하다 싶으신가? 그럴 것까지 없다. 어차피 사람이란 서로 만나고 부대끼는 속에서 생각과 관계를 변화시켜 나가는 존재 아닌가?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열심히 생각을 나누다보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고 사회도 정치도 그렇게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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