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er

[월요기획]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어떻게 봐야하나 -도민일보

[월요기획]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어떻게 봐야하나 -도민일보무엇보다 '정당 민주화' 우선돼야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공천비리로 시끄러웠다. 특히 한나라당은 자당 국회의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정당사 초유의 사태를 맞을 정도로 몸살을 앓았다. 경남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성에서 국회의원 측근이 연루된 공천 대가 금품수수사건이 터졌고, 한나라당 김해시장 후보 공천은 철회되기도 했다.'공천장사', '현대판 매관매직'이라는 성토는 당시 기초지방의원 정당공천 첫 시행 시기와 맞물리면서 공천비리의 원인은 모두 정당공천제로 몰리는 형국이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초지방선거 공천제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은 '잘못'이고, 이를 폐지하는 것만이 '해법'일까.◇정당공천은 책임정치 구현 =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는 제4회 지방선거(2006년 5·31)에서 기초의원으로 확대·시행됐다. 정당정치,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지난 2005년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 추천)의 '기초의원은 제외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기초의회에도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여성의 정치입문이 대거 이뤄졌다.정치권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바랄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3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정책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만 찬성했다.당원이 후보자를 뽑는 완전한 상향식 공천을 하는 민주노동당은 정당정치 활성화에 역행한다며 분명히 반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뚜렷한 답이 아닌 '중립'을 표했다. 최근 마산MBC·진주MBC 공동여론조사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정당공천 폐지 물음에 도민의 52.8%가 찬성, 25.9%는 반대했다. 특히 21.3%가 응답을 유보한 점이 눈에 띈다.◇'공천이 곧 당선', 공천비리로 = 경실련은 지난 17대 대선 때 38개 정책 과제 중 정당정치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전까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한시적 배제'를 제안했었다.그 이유로 '한국적 상황'을 들었다. 경실련은 "정당권력 구조의 왜곡으로 종속성과 비민주성 그리고 부패의 고리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적 상황'은 △주민이 아닌 공천권을 준 특정 정당에 충성하는 정치현실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종속 △정책·공약보다 돈으로 경쟁하는 선거문화 등이다.특히 이 같은 비판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공천비리가 급증하는 등 현실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지난 2007년 발표한 제4회 지방선거 공천헌금 등 비리사범은 모두 118명이며, 이 중 기초지방선거(기초단체장 47명, 기초의원 39명) 관련자가 모두 72.9%(86명)에 달했다.당시 법무부는 "특정지역 특정정당 공천이 곧바로 당선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며, 선거법 개정추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천비리 입건자의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이 80명, 민주당과 무소속이 각각 19명이었다. 지역별로는 영남(41명)이 가장 많았으며, 서울(31명)·경기(20명) 순이었다.◇지방자치, 중앙정치 예속화 = 지난해 9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서울시의회 의장단 금품선거 파장 때 개최한 '지방의회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에서 특정정당의 지역지배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정당공천이 지역의회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지방분권국민운동 경남본부 이시원(경상대 교수) 공동대표는 정당공천 폐해의 원인에 대해 "우리나라 정당 운영 구조의 문제 때문"이라면서도 "국회의원의 입김, 예속화를 가져와 분권에 역행한다. 풀뿌리 정당, 상향식 공천 환경과 토양이 구축되기 전까지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문제는 정당공천이 지방의회의 제 기능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창원대 행정학과 송광태 교수는 "지방정당이 없고 중앙당이 공천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정당구조에서 보면 정당공천제가 풀뿌리, 생활정치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구조상 현실적으로 정당공천이 국회의원에게 좋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3선째인 한 기초의원은 공천제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말하기 껄끄러워하면서도 "다음 공천을 위해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특히 정당공천제가 새로운 인재등용을 가로막는 점도 지적됐다. 송 교수는 "국회의원은 기초의원도 아주 뛰어나면 자신에게 도전할 '장래 잠재적 경쟁대상'으로 본다"며 "유능한 사람이 오히려 공천을 받지 못하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이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 기능 저하로 연결된다. 기초의회 2선을 거쳐 도의회에서 활동하는 김해연(무소속·거제2) 의원은 "지방선거는 정책·대안 생산보다 중앙당 선거전초전이 강해 줄 세우기가 심해졌다"며 "사정이 이러니 집행부 견제와 감시 기능의 가동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송 교수는 "기초 자치단체 사업은 국회의원 공약 세부실행과 밀접한 데 같은 당 기초의원이 이를 문제 제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정당 민주화, 참여가 먼저 = 모든 책임을 정당공천으로 돌릴 수 있을까. 투명한 공천심사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정당 민주화는 공천 과정의 투명화, 특히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에 따른 하향식이 아니라 당원이 직접 후보자를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을 말한다.한나라당 틈바구니에서 재선한 민주노동당 이종엽(창원 아) 시의원은 "공천제 도입 전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건의문 서명에도 주저할 정도로 당 눈치를 봤다"며 "공천제 전에도 잡음은 있었고, 내천이 비리를 음성화한다. 이런 병폐를 없애려면 정당이 민주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한나라당은 지난 4회 지방선거 공천비리를 계기로 광역단체장을 뺀 공천권을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에 모두 넘겼다. 한나라당 경남도당 차주목 사무부처장은 "도지사는 상향식으로 하고 있고 공천심사위 외부인사 3분의 1 이상이 의무다. 또한, 공천신청자 서류를 받는데 범죄기록을 선관위 금고형 이상보다 더 강화해 벌금형 이상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처장은 정당공천제 폐해나 정치현실을 고려해 '한시적 유보'에 동의하면서도 "대의민주주의 하에 정당정치는 기본이다. 싫든 좋든 정당을 민주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따지고 보면 정당공천에 대한 불신은 정치와 정당불신과 맥을 같이한다. 이 같은 문제를 푸는 게 핵심이다. 특히 주민의 정당 활동 참여도가 낮은 점이다. 국민이 정치적 이해에 맞게 정당 활동을 하면서 참여와 감시를 하는 환경이 다져져야 한다는 것이다.한나라당 차주목 부처장은 "상향식 공천이 되려면 정당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당원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주민이 직접 당비를 내고 참여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유묵 처장도 "정당공천이 악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당 참여가 아름다워야 하고 권장해야 하는데 학교교육부터 정당은 나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민단체는 도덕적이니까 정치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시각은 시민운동이 정치의 비도덕성을 부각하고 희화화하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시민운동의 잘못도 꼬집었다.


좋아요
0

훈훈해요
0

슬퍼요
0

화나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코멘트(Comments)

로그인 하시면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언론속거창 뉴스

최근 # 언론속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