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055-942-1117

'단순 통로' 벗어나 '생태계 연결' 인식 -경남일보

등록일: 2005-11-03


'단순 통로' 벗어나 '생태계 연결' 인식 -경남일보 안병옥(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도로는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 같은 존재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먼 거리를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해주니 고마움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의 눈으로 보면 도로는 국토를 왜곡시키고 생태계를 파헤치는 무서운 파괴자다. 80년대 초 4만7천 킬로미터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도로 길이는 작년 말 10만 킬로미터를 넘어섰다. 4반세기만에 도로의 길이가 두 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도로의 증가는 그만큼의 넓이에 해당하는 면적의 산림과 녹지가 훼손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도로건설의 영향은 택지개발이나 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다른 개발행위의 영향과 다르다. 선(線)으로 곧게 뻗은 구조물인 도로는 긴 거리를 생태적으로 분할하여 생태계를 고립시킨다. 생태학자들이 ‘서식지의 단편화’라 부르는 이 현상은, 서식지의 크기를 감소시키고 생물종의 확산 능력을 제한하여 종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다. 도로로 가로질러 이동하려는 동물들이 차량과 부딪히는 충돌사고(로드킬)는 보다 직접적인 피해에 해당된다. 야생동물들이 도로로 진입하여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비단 이들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도로에 멈춰선 동물을 피하려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운전자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식지의 단편화와 야생동물 충돌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도로를 건설하지 않는 것이다. 도로건설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계획단계에서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해야 한다. 또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해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이동통로를 조성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생태이동통로가 설치된 곳은 모두 92곳이다. 국도에 22개, 고속도로에 14개, 지방도에 56개로 절반 이상이 지방도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국토 크기가 작은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도 생태이동통로의 수가 수 백 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생태이동통로를 설치하는데 사용하는 돈은 한해 도로관련 예산 7조6천억 원의 5백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성된 생태이동통로는 설치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생태이동통로 조성사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 인가나 휴게소와 같은 교란요인이 있거나 이동이 예상되는 동물의 특성에 비해 시설물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도로진입방지용 울타리와 같은 보조시설의 설치를 소홀히 해 등산객들의 접근이 쉽고 동물들이 도로로 진입하는 것을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이동통로 상부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나무나 풀을 심어 동물들의 접근을 방해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생태이동통로의 위치는 주변지역에 더 이상의 개발계획이 없고 교통량과 제한속도로 볼 때 야생동물의 충돌사고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유리하다. 모니터링 결과 야생동물과의 충돌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도로구간 또한 우선권을 가진다. 생태이동통로의 설치에는 도로 주변의 환경과 서식종의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생태이동통로의 위치, 종류, 크기, 보조시설 설치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단절에 의해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종의 이동경로, 세력권, 산란지, 번식지와 같은 생태적 특성에 대한 파악이 필수적이다. 또한 단절지역 양쪽의 토지이용 현황에 따라 서식종의 구성이 달라지므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생태이동통로의 종류와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생태이동통로 조성의 궁극적인 의미는 단순히 특정 생물종의 이동로를 제공하는 차원을 벗어나 도로에 의해 단절된 생태계를 물리적,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이동통로는 그 자체로서 생물 서식지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하며, 충분한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계획아래 설치되어야 한다.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