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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등록일: 2007-04-11


<시골분교 전교생 7명 모두가 '명사수'> -연합뉴스 내일을 향해 쏴라 내일을 향해 쏴라 (의령=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폐교 위기를 맞고 있는 경남 의령군 궁류면 압곡리 신반중학교 의동분교장 전교생 7명이 10일 오후 학교 연습장에서 하종찬 선생님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학생들은 지난 8일 경남도 전체 사격대회에 출전해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을 휩쓴 기적을 일궈냈다. 오른쪽부터 3학년 이보람(16.개인전 1위) 박소희(16.개인전 2위)양, 2학년 이민진(15.개인전 4위)양, 하선생님, 1학년 이민경(14)양 박경민(14) 서태열(14) 이현기(14)군. 왼쪽 두번째 태열이 손에 총이 없는 것은 이 학교에는 권총이 6자루뿐이기 때문이다. choi21@yna.co.kr 의령 의동분교 경남 공기총 단체.개인전 석권 폐기처분 총 10년째 고쳐 쓰며 피나는 연습 (의령=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더 큰 세상과 내일을 향해 당당히 맞설 꿈의 방아쇠를 힘차게 당겨라' 폐교 위기를 맞고 있는 시골분교 전교생 전원이 피나는 연습으로 사격대회에 출전해 단체전과 개인전을 휩쓰는 기적을 일궈냈다. 경남 의령군 궁류면 압곡리 산골에 위치한 신반중학교 의동분교장은 전교생 7명에 불과한 초미니 학교다. 이 시골분교에 8일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 6일부터 3일간 경남도교육청 주관으로 열린 2007학년도 경상남도 초.중학교 종합체육대회 사격 공기권총부문에서 전교생(?)이 출전해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꿈만 같은 우승을 이뤄낸 것. 그 주역은 3학년 이보람(16.개인전 1위)양과 박소희(16.개인전 2위)양, 2학년 이민진(15.개인전 4위)양, 1학년 이민경(14)양과 박경민(14), 서태열(14), 이현기(14)군. 이들을 기적처럼 성공시킨 조련사는 바로 체육담당이자 이 학교 교무부장인 하종찬(54) 선생님. 하종찬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이 가능했다. 도시지역 양궁 명문학교에서 사격 감독을 맡기도 했던 하 교사는 지난해 3월 이 시골분교에 부임해 부모가 없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 대부분 연로한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하 교사는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모들이 곁에 없었다"며 "자신감도 없었고 성격도 괴팍한 아이들에게 사격을 통해 새로운 용기와 꿈을 심어주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처절했다. 당장 사격이 가능한 공기권총이라고는 10년 전인 1998년 당시 인근 신반중학교 박근배 교장이 경남체육고에서 폐기처분할 총을 얻어 놨던 것이 전부였다. 먼지가 가득 쌓인 녹슨 권총 6정으로 일단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총을 쏜 적이 없는 학생 7명과 공기권총 6정, 급식소 한쪽에 칸을 지어 만든 4평 남짓한 3개 사로. 그래도 하 교사는 힘을 잃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토.일요일도 없이 그야말로 피나게 연습했다.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어느새 아이들의 아빠처럼 살아야 했다. 그렇다고 단 한 번도 교과수업이나 특기 적성교육 등을 빠트린 적이 없었다. 총은 수시로 고장이 났고 읍내 철공소에 달려가 두들겨 고쳐 쓴 적이 부지기수였다. 하 교사는 "이번 경기를 앞둔 바로 전날 총이 고장 나는 바람에 다른 팀에서 부품을 빌려서 끼워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공기권총은 엔트리 4명이 출전해 가장 좋은 점수를 올린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경기방식이지만 지난해 첫 출전에서는 남학생이 2명뿐이어서 이웃 학교에서 한 번도 총을 쏜 적이 없는 학생 한 명을 임시로 데려와 한 달간 연습을 시킨 뒤에야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 하 교사는 그 대회에서 공기권총 단체전 우승을 따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아이들 중에서 박소희양은 오른쪽 눈이 사시로 사격에서는 거의 치명적인 단점을 지녔지만 한쪽 눈으로만 표적을 수없이 겨누며 연습을 계속해 이번 대회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사격을 마친 뒤 개인 2위라는 성적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너무 기쁘고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느꼈어요." 박양이 부끄러워하며 내뱉은 말이다. 아이들은 실전에서 모두 평소 기록보다 30점 가량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하 교사가 평소 연습 때 표적지를 30~40㎝ 가량 뒤로 물려둔 것을 대회가 끝나고 난 뒤에 알았다. 아이들은 실전에서 긴장하지 않고 평소 보던 표적지보다 훨씬 더 가깝고 크게 보인 이유가 바로 선생님의 깊은 뜻이 숨어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 팀 주장격인 이보람양은 "학생들이 계속 줄어 정든 학교가 폐교될 수 있다고 해 마음이 무겁다"며 "친구와 동생들과 함께 영원히 학교명예를 빛낼 수 있는 좋은 선물을 안겨준 것이 너무 보람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 섰던 다른 아이들도 "계속 정든 이 학교에서 사격을 하면서 부모님 같은 선생님들과 마지막까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 최종준 교감은 "교과목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는 부모나 다름없이 헌신적으로 열정을 쏟고 있다"며 "아무리 경제성을 감안한 교육이라지만 남은 학생들이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교육이 이뤄지기를 지역 주민들과 모든 선생님이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 교사는 "사격을 통해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한 아이들이 앞으로 더 험한 세상을 향해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어떤 일이든 열심히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을 향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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