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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 해결을 위해선 `생떼 쇼'라도 - 이태헌(학운위 총연합 공동대표) -경남신문

등록일: 2007-09-18


숙원 해결을 위해선 `생떼 쇼'라도 - 이태헌(학운위 총연합 공동대표) -경남신문 달포 전 서북부 경남의 지역주민들이 ‘길 때문에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소 의아한 진정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길과 인권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하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길은, 다름 아닌 대구와 광주를 잇는 88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이 도로가 유료 통행료를 징수하는 고속도로이면서도 시설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으로 교통사고 발생시 치사율이 높아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얼마 전에는 용기 있는 한 주민이 ‘88고속도로가 시설이나 주행속도 등으로 볼 때 고속도로로서 기능을 이미 상실한 상태로 통행료 징수가 부당하다’며 자신이 지불한 통행료 6000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해놓고 있다. 지난 84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개통된 88고속도로가 얼마나 엉망이고 엉터리 고속도로였으면 주민들에 의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당하고, 지불한 통행료를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당하는 사태를 맞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도로는 전남 담양~대구 옥포 간 총 181.9km 중 대부분의 구간(담양~성산, 142km)에 중앙분리대가 없는 국내 유일한 왕복 2차선 도로로. 경사도 심한 데다 급커브 구간이 많고 장수 등 일부 나들목은 요즘 신설되는 국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평면교차로인 상태라 한마디로 고속도로의 구조적 기준에 미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6년간 이 도로에서의 교통사고 평균 치사율은 31.7%로. 국내 고속도로 평균 치사율 11.6%의 3배 가까운 ‘죽음의 도로’가 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동차전용도로의 8.2%보다 4배 가까이 높다. 이처럼 치사율이 높은 것은 이 길이 고속도로이기 위해 법으로 규정한 최소의 시설 기준(중앙분리대 설치, 입체교차로, 시속 80㎞ 이상, 최대 경사도 6%, 오르막차로 설치 등)에도 훨씬 못 미치는 탓이다. 고속도로가 ‘맞다’ ‘아니다’를 따지기에 앞서 안전을 위한 최소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으니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은 국가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당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다녀야 한다. 이 같은 실정에도 정부는 이 도로의 경제적 효율성을 문제 삼아 보상단계에 와 있는 4차선 확장계획을 연기 또는 보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참다못한 주민들은 “차라리 국도로 전환해 달라”고 반발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이 도로의 확장예산으로 책정된 사업비 중 수백억 원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88고속도로의 확장계획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고, 주민들이 정부 담당부처인 건교부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호소했겠는가 싶다. 지난해 호남지역의 어느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의 호남고속도로 나들목 확장을 위해 당초 계획에도 없던 250억원을 정부 부처에 생떼를 쓰다시피 해 가져가 공사를 완공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러나 10년이 넘게 서북부경남의 숙원으로 남아있는 88고속도로 확장을 위해 경남의 어느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예산확보 생떼를 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코앞에 대선을 앞두고 있고 내년 초에는 총선도 있고 하니 선량들께서는 서북부경남의 숙원인 88고속도로 4차선 조기 확장을 위한 생떼 쇼(?)라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떠할는지 싶다. 민초들은 숙원사업의 해결 여부에 대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숙원의 가려움을 긁어 주는 생떼 쇼라도 한번 시원하게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태헌(학운위 총연합 공동대표·경남신문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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