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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 폐지 첫해…속 타는 농촌 들녘 -국제신문

등록일: 2005-09-22


추곡수매 폐지 첫해…속 타는 농촌 들녘 -국제신문 팔 곳 없는 풍년수확 어찌할꼬… 산지쌀값 폭락…지난해보다 9% 떨어져 공공비축 물량마저 10만 섬 줄어 한숨만 "수입쌀 시판 땐 쌀대란…물량 제한해야" "풍년이면 뭐 합니까. 벼를 수확하고도 내다 팔 데가 없는데…. 답답할 뿐입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에서 1만여 평의 논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강윤호(59)씨는 최근 2000평에 심은 조생종 벼 45가마를 수확, 20여㎞ 떨어진 사천시 서포면에 있는 미곡처리장까지 운송해 지난해보다 가마(80㎏)당 2만원이 적은 9만원에 가까스로 처분했다. 강씨는 "곧 수확할 만생종 벼 수백 가마를 판매할 방법이 없어 눈앞이 캄캄하다"며 풍년 농사에도 한숨만 내쉬었다. 이처럼 농민들은 풍년을 맞고도 정부의 추곡수매제 폐지로 쌀을 마땅하게 팔 곳이 없어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쌀 가격 폭락 현실로=예년 같으면 햅쌀이 나오기 전인 6~9월에 쌀값이 가장 비쌌다. 그러나 올해는 이 시기의 쌀값이 가을 추수기보다 더 싼, 가격 역전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경남 진주, 사천 등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에 14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4000원보다 9% 이상 떨어졌다. 미곡처리장에서 사들이는 산물벼 가격도 추석 전인 지난 13일 포대(40㎏)당 5만1000원하던 것이 21일 현재 4만5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미곡처리장들이 포대 당 5만5000원에 산물벼를 사들였다. 이 같은 산물벼 가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떨어지고 있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에도 미곡처리장들은 재고물량이 많다며 산물 벼 수매를 꺼린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농민들은 싼 가격에도 수확한 벼를 처분할 방도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주지역의 경우 사봉농협미곡처리장과 민간 미곡처리장들이 올해 수확한 산물벼 수매를 기피해 농민들은 멀리 사천시 서포면까지 가 싼 값에 내다팔고 있다. 더구나 쌀값을 좌지우지하는 중간상과 유통업체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입을 미루고 있어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농협이 추석 전 '쌀 팔아주기 운동'을 하면서 시중가격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판매, 쌀값 하락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민 정선국(58·경남 함양군 함양읍 이은리)씨는 "정부의 획기적인 대안이 없을 경우 지난 2001년 산물벼 수매 값이 30%까지 떨어졌던 이른바 '쌀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쌀농사를 짓느니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이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공공비축제도 못 믿어=정부가 매년 특정가격으로 쌀을 사들이던 추곡수매제도는 농가에 보조금을 주던 제도로 농가 안정을 위해 도입됐으나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위배돼 올해부터 폐지됐다. 대신 정부가 일정 분량의 쌀을 시가로 매입해 시가로 방출하는 공공비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2개월 소비량인 400만 섬을 공공비축물량으로 정해 수확기 벼를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추곡수매 물량 493만7000섬에 비해 전국적으로 물량(95만 섬)이 적은데다 시중 쌀값 하락으로 인해 공공비축제 가격(아직 확정되지 않음) 또한 내릴 것이 뻔해 쌀값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역의 경우도 공공비축제 수매 물량은 전국의 10%선인 40만~45만 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정부와 농협 수매량 53만4000섬보다 10만~15만 섬이 준 것으로 도내 농민들의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대안은 없나=수매제 폐지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고 쌀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매량 축소에 따른 물량 처리와 쌀 가격 안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민들과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우선 공공비축 쌀 수매물량을 지난해 추곡수매량 수준인 500만 섬으로 늘리고, 추수철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9월말에서 10월에 집중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강삼규 교육정책국장은 "올 정기국회에서 수입쌀 시판이 비준될 경우 쌀 대란은 불가피하다"며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찐쌀에 대한 물량제한 등 비관세 장벽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상대 김병택(농업경제학) 교수는 "수매제 폐지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농협과 농민들이 힘을 합쳐 벼 건조 및 보관 시설을 확충하는 등 자구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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