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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in]계명대학교 거창학습관 박종섭 관장 -도민일보

등록일: 2008-05-21


[사람in]계명대학교 거창학습관 박종섭 관장 -도민일보 우리 노래 알리는 민요 전도사 노동요를 비롯한 민요 등 옛 노랫가락은 우리 조상 노동의 고단함과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민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특성상 오랜 세월 속에서 조금씩 사그라져 원형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리 것을 지키고 이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전래 민요 발굴과 체계화에 반생이 넘도록 정열을 쏟아온 계명대학교 평생교육원 거창학습관 박종섭(67) 관장. 그의 휴대전화기로 전화를 걸면 전통 국악기인 꽹과리 치는 소리와 태평소 부는 소리가 통화연결음으로 정겹게 들린다. 그가 사는 거창지역은 물론이고 인근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오래전부터 그는 '민요에 미친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인 '거창 삼베 일소리'와 '거창 일소리' 예능보유자는 그의 직업 아닌 직업이자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가난 탓에 지난 72년 32세의 늦깎이 대학생으로 계명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여기서 민속학자인 조동일 서대석 교수로부터 구비문학을 수강하면서 민요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대학 2학년이던 73년 여름 방학 때 거창읍 가지리 개화마을 앞 들길을 무심히 지나다 논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입맞춰 부르는 구성진 모심기 소리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노래의 담긴 내력을 묻고 채록을 하게 된다. 대학 때 농민들 모심기 소리 끌려 30년 동안 전국 돌며 수집 열중 이때부터 박 교수는 교직을 몸담는 틈틈이 휴일과 방학 때만 되면 오토바이와 녹음기, 카메라를 메고 두메산골과 외딴 마을을 누비며 전승 민요와 노래 속에 담긴 전설들을 수집하고 자료화하기 시작했다. 거창·함양·산청·합천 등 서부 경남을 시작으로 거제, 밀양 등 경남 전역으로 행동반경을 점차 넓혀 나갔으며 급기야 구미·선산 등을 중심으로 한 경북지방, 과천을 축으로 한 경기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으로 활동 무대를 확대했다. "녹음기가 귀했던 시절이라 농민들이 구술하는 내용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은 기본이고, 낡은 오토바이에 의지하다 인적이 드문 두메산골에서 예기치 않은 고장이 나면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지난날 채록과정의 애환을 돌아보는 박 교수는 "경북 구미의 한 오지 마을에서는 민요를 수집하다 간첩으로 몰려 카메라와 녹음기를 압수당하기도 했다"며 그 시절의 한 토막을 들려준다. 이렇듯 70년대 초부터 수십 년간 전국 곳곳을 찾아간 마을만 수백 곳에 이르며 전국에서 수집한 민요자료가 개인으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녹음테이프 2000개 분량에 달한다. 그중에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희귀 민요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자료의 학술적 가치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교수는 또 단순히 민요의 수집뿐만 아니라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쳐 왔으며 '민요와 한국인의 삶', '민요의 내면적 저항의식에 대한 고찰', '성경과 한국신화 및 불경의 비교' 등 다방면에 걸친 20여 편의 저서와 논문을 펴냈다. 이를 통해 민요 속에 녹아 있는 조상의 의식세계화 함께 민속, 풍속 등을 현대인들이 알기 쉽도록 풀어놓아 한국 민요학회와 한국구비문학회로부터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민요의 보존과 계승이 절박하다는 인식으로 마을 부녀회 등을 찾아다니며 민요를 가르치고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전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현장에서 이를 재현하는 데에도 열정을 쏟아 왔다. 거창 노동요 되살려 대통령상…학생 대상 전수 프로그램 운영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1993년 제34회 전국민속예술축제에 경남을 대표한 '거창 삼베 일소리'로 출연, 우수상을 받았으며 2003년 제4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는 거창지방의 노동요를 체계적으로 되살린 '거창 일 소리'로 최우수 대통령상을 거머쥐기에 이른다. 또 이를 바탕으로 두 작품이 경남도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냄으로써 거창의 문화적 자긍심을 한껏 올려세웠다. 그의 이런 집념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 92년에는 거창군민상을 받았으며 제4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심사위원을 맡은 데 이어 2003년에는 경상남도 문화상을 받는 등 보람으로 돌아왔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변함없이 낡은 오토바이에 노구를 싣고 바람처럼 시골길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 박 교수는 무형문화재인 거창 삼베 일소리와 거창 일 소리의 보존·전수 공간 마련을 필생의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거창군에서도 박 교수의 이 같은 의욕에 힘입어 국비 등을 지원받아 대규모로 '전통문화 전수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그의 바람은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박 교수는 앞으로 '전통문화 전수회관'이 완공되면 이곳을 무대로 향토색 짙은 민요들의 보존 전수활동과 함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행사를 개발해 문화상품으로 가꾸어 나가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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