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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등록일: 2008-05-22


<고개 드는 케이블카 열풍…환경ㆍ경제성 논란> -연합뉴스 설악산ㆍ지리산 등 `규제개선' 요구…환경부 `여론수렴' 나서 지역 환경단체들 "경제성 없고 환경만 황폐화할 것"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한라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현재 연간 50여만 명 선인 제주도 방문 외국 여행객이 2~3년 내에 200만~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광산업특별위원회의 박삼구 위원장이 지난 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서 한 말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제주도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매우 시급하다"며 유 장관에게 케이블카 설치 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22일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꾸린 `한라산 케이블카 태스크 포스'가 2005년 "케이블카 설치에 만족할 만한 지형도 없고 타당성도 미흡하다"며 `설치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된 사안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미 `물 건너간' 문제가 갑작스럽게 화제에 올랐다"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다시 논란거리가 되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이날 이후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속초시 설악동~권금성에서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설악산의 경우 박 위원장의 발언 직후인 지난 19일 양양군 군의회와 지역단체들이 연합해 `오색~케이블카 설치 추진위'를 결성했으며 한라산이나 지리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 규제에 대한 완화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설악산ㆍ지리산 등 케이블카 추진 = 케이블카 설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곳은 한라산 외에 설악산, 지리산, 월출산(이상 국립공원), 팔공산, 무등산(이상 도립공원) 등으로 이들 중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곳은 설악산이다. 강원도 양양군은 최근 환경부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설악산의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4.7㎞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알리고 관련법과 규제의 폐지를 요구했으며 오는 29일에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계획 중이다. 월출산이 있는 전남 영암군도 최근 "월출산 내에 관광용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 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월출산 외에도 지리산, 무등산 등 전남지역의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난 3월 의견을 밝혔다. 지리산의 경우 경남 산청군과 전남 구례군 등 인근 지자체들이 앞 다퉈 케이블카 설치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며 대구시도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꾸려 팔공산에 기존에 설치된 케이블카 외에 또 다른 케이블카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케이블카가 관광객들을 끌어 모아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이용하게 되면 등산로 주변의 자연훼손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며 케이블카를 통해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 논리다. 현재 국립공원, 도립공원 등 자연공원 중 케이블카가 설치돼 운영 중인 지역은 모두 6곳이다. 설악산 국립공원에 지난 1971년 설치된 1.1㎞ 길이의 케이블카가 가장 오래된 것이며 내장산 국립공원(1980년 설치ㆍ667m), 팔공산 도립공원(1985년ㆍ1.2㎞), 금오산 도립공원(1974년ㆍ805m), 대둔산 도립공원(1990년ㆍ910m), 두륜산 국립공원(2003년ㆍ1.6㎞)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 환경부 "의견 수렴 후 규정 손보겠다" = 지자체와 관광업계의 규제완화 요구가 거세지자 환경부는 조만간 지자체, 시민단체, 종교계, 지역주민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포럼을 개최하고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일단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타당성이 있으면 관련 법률이나 지침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 등의 요구사항을 듣고 규제가 완화됐을 때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자리를 다음달 내에 마련할 것"이라며 "지침이 만들어진지 4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문제점은 없는지 판단해보고 고칠 게 있으면 고치겠다는 취지다"고 말했다. 현행 자연공원법상 케이블카는 공원시설로 설치될 수 있지만 50인용 이하이며 자연공원 내 핵심 보존지역인 `공원자연보존지구'를 2㎞ 이하의 구간에서 통과할 때에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에 확정된 `자연공원 내 삭도(케이블카의 일본식 표현) 설치 검토 및 운영지침'은 생태와 동식물, 문화재, 경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설치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지침은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ㆍ생태자연도 1등급 이상 지역 ▲멸종위기종 번식ㆍ서식지ㆍ주요 이동통로 ▲주요 조망점으로부터 경관 훼손 시 ▲문화재보호구역 500m 이내 지역 등을 입지 불가 지역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케이블카 예정지와 상당부분 겹치는 경우가 많다.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자연 경관이 우수한 지역을 예정지로 고르려고 하는데다 정상 등반에 집착하는 국내 등산객들의 습성상 케이블카의 종착지를 산 정상 가까운 곳에 닿는 곳으로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시민단체 "생태계 초토화…경제 효과 불투명" = 관련 규정이 완화됐다고 해도 실제로 케이블카가 설치되기는 쉽지 않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데다 공원 내 사찰을 가지고 있는 종교계와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1곳의 국립공원에 걸쳐있는 여러 지자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각각 다른 점도 합의 도출이 어려운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케이블카 설치 추진 이야기가 나왔다가도 주민 여론이나 환경단체들의 반대 때문에 지역 내 논의 단계에서 지자체가 스스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며 "추진하기로 중지를 모은 다음에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며 국립공원위원회 혹은 도립공원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치 반대 논리는 케이블카 설치가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얻어낼 만큼의 경제적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김동주 대안사회팀장은 "지자체나 일부 시민들이 케이블카 설치가 지역경제를 한번에 활성화해 줄 해결책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한라산에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등반을 해 안 그래도 보호가 필요한 상황인데 케이블카까지 설치되면 자연이 복구가 힘들 정도로 황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경제효과가 찬성 측의 주장만큼 크지는 않아 차라리 그 돈으로 환경보존에 힘쓰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경제적이다"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2공항 건설이나 카지노 설치 등 다른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성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서희순 사무국장은 "케이블카 설치가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기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반면 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객들이 대폭 늘어나 주변 지역이 초토화될 것은 눈에 보일 정도로 뻔하다"며 "양양군이 설치 관련 규정의 수정까지 요구하며 케이블카 건설에 열을 올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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