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 055-942-1117

고려인 역사소설 집필하는 정장길씨 -연합뉴스

등록일: 2008-05-28


<사람들> 고려인 역사소설 집필하는 정장길씨 -연합뉴스 (알마티=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삶과 역사를 알리려 6년째 장편 역사소설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카자흐 옛 수도 알마티에 살고 있는 사할린 출신의 고려인 소설가 정장길(鄭長吉.65)씨. 일제시절 경남 거창에 살던 부친이 사할린으로 징용 가는 바람에 사할린에서 태어난 정씨는 1959년 사할린 '조선노동자' 신문에 시를 발표하며 문학계에 데뷔했다. 그러다가 1976년 말 소련 공산당의 고려인 신문 '레닌기치'(현 '고려일보')가 자리 잡고 있던 카자흐스탄 크질 오르다로 이주해 6년간 이 신문의 기자로 일했다. 고국인 한국에는 재외동포재단이 1999년부터 매년 주관하는 재외동포 문학작품 시상식을 통해 이름을 올렸다. 중앙아에서 한글로 창작할 수 있는 극소수 문인중의 한명인 정씨가 현재 집필중인 3부작 역사소설의 제목은 '맷돌'. 맷돌을 내년 안으로 마무리해 고려인의 삶과 역사를 한국은 물론 조선족 200만명이 거주하는 중국, 사할린, 연해주 등지에 배포하는 게 그의 꿈. 현재 1부는 거의 완성했고 2,3부는 절반씩 완성했다. 그는 소설 창작 동기에 대해 "1991년 카자흐가 소련에서 독립한 후 통역 등을 위해 고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고려인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장편 소설을 처음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을 작품에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옛 '카자흐스탄 공산당사(史) 문서보관소'의 후신인 '카자흐스탄 대통령 문서보관소'(알마티 소재)를 2003년부터 찾고 있다. 맷돌의 내용은 1937년 '독재자' 스탈린에 의한 연해주 한인의 중앙아 강제이주와 봉오동 전투의 항일의병장 홍범도 장군 등 1920~1940년대 고려인과 관련된 실체적 사실. 그는 특히 소설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웅 홍범도 장군'에 대해 써내려가다 '딱' 막히는 부분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문제의 대목은 소련 당국이 1920년대 만주에서 활동하다 연해주로 대거 들어온 수천 명의 독립군 병사들에게 "조선독립 투쟁은 일단 접어두고 일본과 싸우는 소련군에 들어오라. 나중에 소련군의 힘이 세지면 조선독립을 돕겠다"며 소련군 편입을 종용하던 즈음 대부분의 독립군 병사들이 "조선독립 투쟁이 우선"이라며 중국으로 되돌아갈 때 홍 장군이 소련군 수하로 들어가 대위 계급장을 달았다는 내용. 그는 "소련 당국은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937년 연해주 한인들을 '일본 스파이'로 몰아 중앙아로 강제 이주시켰을 때 홍 장군도 함께 이주됐다"며 "홍장군의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거푸 담배를 물었다. 정씨는 "고려인들은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이 시행되던 1985년 이전까지는 강제이주나 홍 장군 이야기를 입에 담지도 못했다"며 "맷돌의 발간이 고려인의 삶과 역사가 고국에 제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