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 055-942-1117

-연합뉴스

등록일: 2008-06-07


<문화와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 '촛불시위'> -연합뉴스 가족.연인.친구끼리 '소풍 같은 시위'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현충일이 낀 연휴를 맞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72시간 철야 촛불집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이틀째 계속되면서 집회 현장은 '투쟁'의 현장이라기보다 가족과 연인, 직장동료와 친구들이 모이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밤샘 촛불집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구호를 외치는데 그치지 않고 각종 문화공연과 길거리 헌법특강, 영화상영회 등을 자발적으로 벌이며 거리시위를 문화와 축제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 '가족.연인.친구'..소풍 같은 시위 = '72시간 연속집회' 둘째 날인 6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안국역까지 행진을 벌인 시위대 5천여 명 중에는 '유모차부대'라는 깃발이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인 젊은 부모모임인 '유모차부대'는 모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왔다. 걸을 수 있는 아이는 '고시철회 협상무효' 구호가 적힌 카드와 풍선을 손에 쥐고 아장아장 걸었으며 어린 아이를 태운 유모차에도 '우리 집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미니 현수막을 붙이는 등 유모차부대는 거리시위의 당당한 한 주축으로 나섰다. 촛불집회가 거리시위로 바뀌면서 한동안 수가 줄어들었던 중고등학생들도 다시 늘어났다. 이날 오후 서울 도심 곳곳을 누볐던 시위행렬에서는 교복을 입거나 사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손에 작은 태극기를 들거나 구호가 적힌 종이와 피켓을 들고 앳된 목소리로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쳤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고 1학년생은 "친구들이 촛불집회에 나오고 싶어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무서워서 못 나오는데 오늘 직접 나와 보니 아기도 있고 우리 또래도 많고 전교조 선생님들도 많아서 소풍가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 시위대 곳곳에서 벌어지는 '즉석공연' = '72시간 연속집회'의 첫날인 5일 오후 10시께 세종로사거리 교보문고 앞 도로에는 인디밴드 '두 번째 달 버드'가 기타와 신시사이저, 북 등 악기를 들고 나와 즉석에서 공연을 펼쳤다. 처음에는 20여 명 정도가 이들의 공연을 지켜봤으나 '아리랑'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 촛불시위에서 즐겨 불리는 노래들을 잇달아 연주하면서 청중은 400여 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의 신청곡을 차례로 연주하면서 즉석공연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만나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시민악대'도 등장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이자"고 해 뭉친 '시민악대'는 급히 꾸려진 만큼 다루는 악기도 트럼펫, 기타, 색소폰, 아코디언, 드럼 등 가지각색이었지만 시위대 곳곳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연주자들은 또 타악기 20여 개를 주변 시민들에게 나눠준 뒤 자신들의 베이스 연주에 맞춰 "느낀 대로 두드려보라"고 한 뒤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비트에 맞춰 '이명박 퇴진'이나 '고시철회 협상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 '길거리 헌법특강'도 눈길 = 곳곳에서 문화공연이 벌어진 가운데 이날 오전 1시께 교보문고 앞에서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백승헌 회장이 나서 '헌법 제1조 길거리 특강'을 펼쳤다. 하지만 이 특강은 단순한 '강의'에 그치지 않고 몰려든 시민들의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헌법의 의미를 자유롭게 밝혔으며 특히 한 아주머니는 "집회에 처음 나와 봤는데 내가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졌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또 한 시민이 나와 "오는 10일까지 끌지 말고 이번 72시간 철야집회에서 반드시 재협상 요구를 관철하자"고 주장해 찬반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 영화상영ㆍ술자리..밤새 벌어지는 '론의 장'= 이 뿐만 아니라 시청광장 주변에서는 의료보험 민영화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시민들을 토론으로 유도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6일 오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 한쪽에는 참여연대가 마련한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시민 수십여 명이 조용히 둘러앉아 다큐멘터리를 관람했으며 아이와 함께 자리를 지킨 부모들은 관람 뒤 아이들과 함께 작은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자 시청광장 잔디 주변에 마련된 임시천막 20여개 동에는 밤을 새려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고 천막 주변에는 '아무나 들어오세요' 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 시민들이 함께 눈을 붙이기도 했다. 또 잠을 청하지 않는 시민들은 족발이나 치킨, 맥주 등을 시켜놓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낮은 목소리로 토론을 벌이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