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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무엇을 남겼나..'명과 암' -연합뉴스

등록일: 2008-06-08


<진단 촛불집회> ③ 무엇을 남겼나..'명과 암' -연합뉴스 '이명박 OUT'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72시간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이명박 퇴진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jihopark@yna.co.kr 결집한 촛불 수 만개, 정부 정책까지 바꿔 진정한 민주시위, 시민 불편도 배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여고생들의 자그마한 촛불에서 비롯된 촛불집회는 어느덧 연일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가하는 문화제적 성격의 대규모 집회로 발전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민심은 급기야 정부에게 정책의 변화와 함께 인적, 제도적 쇄신안을 강구하도록 작용했다. 하지만 초기 철저히 법의 테두리를 준수하며 진행됐던 촛불시위의 규모가 커지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일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진 점은 촛불시위의 `어두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 인터넷 타고 수만 개의 촛불로 = 촛불집회는 지난 4월 고교생 100여 명이 정부의 `0교시ㆍ우열반' 등의 조치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특히 5월을 전후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점차 가세하면서 촛불집회는 어느덧 4만 명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로 변화하게 됐다. 시민 수만 명이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도심에 모여 반정부 성격의 집회를 벌인 것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관철시킨 이래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다. 정부가 최근 뒤늦게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일부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촛불집회가 광범한 시민들의 의지가 결집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협상은 성공적이었다"고 한결같이 주장해온 정부를 상대로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서 평화적 시위를 벌여 끝내 잘못을 시인하게 만든 것은 현대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서로 인터넷 등을 통해 경험을 공유한다"며 "시위를 통한 메시지의 전달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속수무책 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참여 민주주의 진전..또 하나의 쾌거 =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발적 개인들의 모임이었다는 점이다. 1970∼80년대 군부독재정치 시절의 학생·노동운동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 집회 참여는 아직도 낯설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집회, 시위문화는 학생단체에 의해 철저하게 조직화돼 있었다. 대학가에 소위 비운동권 학생회가 들어서면서 수만 명 단위의 대규모 집회가 사라진 것도 바로 학생단체와 같은 조직체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는 우리 민주주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개개인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중고생과 대학생에서 일반 회사원, 유모차를 끄는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수만 명의 개인들이 `가족의 건강'이라는 목적 하나에 이끌려 거리로 나와 한 목소리를 냈다. 그들이 개인이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 시위대들이 경찰에게 물병을 던지면 또 다른 시위대는 `비폭력' `비폭력'을 외쳤고, 대오 앞에 있는 시위대가 경찰과 맞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때 대오 뒤에 선 시위대는 노래를 부르거나 삼삼오오 모여앉아 토론을 벌였다. 가두행진에 들어가기만 하면 우왕좌왕하거나 서로 반대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질 정도로 `엉성'하고 `엉망'이었지만 자발성에 기초한 그들의 한 목소리는 또 그만큼 거대했다. 지난 6월 항쟁 당시에도 넥타이 부대들이 가세하거나 공감한 시민들이 연도에서 박수를 치는 등 시민의 참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이 번 처럼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가 주축을 이루지는 않았다. ◇ 민주시위, 시민불편까지 배려해야 = 그러나 촛불집회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동의 장'으로 기능했던 만큼 이에 동참하지 않은 시민들에 대해서도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여 일 가량 철저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됐던 촛불집회는 5월 24일부터 도심의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는 방식으로 변모하면서 안타까운 결과들을 빚어냈다. 수만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광화문, 남대문, 명동 등 도심의 주요 차도를 점거한 채 밤샘 시위로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극심한 차량정체가 빚어졌고 퇴근길 시민들과 택시, 버스운전기사들, 그리고 시위 장소 주변에 사는 시민들은 때 아닌 곤욕을 치러야했다. 집회가 열리는 청계천, 시청 주변 음식점과 술집은 고유가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떨어졌다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경찰에게 폭언을 퍼붓고, 경찰 수송버스 위에 올라가거나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촛불집회가 정말 평화적 시위가 맞느냐"는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한 시민은 "집회는 적어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게 진정 민주주의적인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중앙대 법대 제성호 교수는 "정부에 대한 불만표시를 조직화해서 행동으로 취하는 사람들 중에는 변화된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과잉, 폭력적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며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선진화에 역행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시위대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 정서에 합치되면서 선진의식에 맞는 집회 시위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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