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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등록일: 2008-06-25


<처참히 무너진 어느 건설노동자의 '꿈'> -연합뉴스 평택서 자살한 건설노조원의 유서 새삶 꿈꾸며 덤프트럭 구입..2개월 만에 생활고 비관 자살 (평택=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24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창내리 진위천 둔치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모(49) 씨가 목을 맨 15t 덤프트럭은 지난 4월 리스로 구입한 것이었다. 20여 년 동안 남의 버스.화물차 운전을 하며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자신의 덤프트럭을 구입한 지 2달만이다. 경찰과 김 씨의 지인 편모(52)씨, 동생(43.회사원)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인천시 영종도 영종하늘도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대구의 D캐피털에서 1천900만원을 빌려 덤프트럭을 구입했다. 김 씨는 그 때 동생에게 "계속 남의 차만 몰고 살 수 없는 것 아니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내차를 구입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희망에 차 있었다. 일터를 영종도로 잡으며 20여 년 동안 살아온 경기도 평택시의 월세방 보증금도 뺐다. 희망도 잠시, 5월 중순께 건설노조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거부에 들어가자 김 씨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월세 보증금 500만원을 생활비로 모두 써버린 김 씨는 지난 19일께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친구 병문안 간다'는 말을 남기고 평택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인의 도움으로 경기도 안성의 아스콘회사에서 겨우 일하기로 했지만 수중의 돈을 모두 써버린 김 씨는 월 68만원의 리스 할부금을 갚기는커녕 당장 숙식조차 막막한 형편에 처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잠시만 기다려보라"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었고 유일한 혈육, 동생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평택으로 돌아온 뒤 며칠을 천변 다리 밑에 세워둔 자신의 덤프트럭 안에서 지내던 김씨는 24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덤프트럭 조수석에는 빈 소주병, 막걸리병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X같은 세상 더러워서 간다. 잘 먹고 잘살아라. 영종도 X들아 더해라. 착한 사람 죽는다. 이것뿐이다. 캐피털회사 미안하오'라고 적혀 있었다. 지인 편 씨는 "23일 밤 김 씨에게서 100만원만 빌려달라는 전화가 왔었다"며 "당장은 현금이 없으니 조금만 기사대기실에서 먹고자면서 기다리라고 했는데..그 때 어떻게든 돈을 빌려줬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의 동생은 "형님이 평소 경제적인 어려움은 내색을 안 해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를 사 영종도에 가서 일하게 됐다며 희망에 차 있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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