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 055-942-1117

시위현장에 '바람' 몰고 온 '우비소녀' -국제신문

등록일: 2008-06-29


시위현장에 '바람' 몰고 온 '우비소녀' -국제신문 10대들이 전경에게 보내는 따뜻한 부채질 "똑같이 덥잖아요. 저희들도 더운데 전경 오빠들은 얼마나 덥겠어요. 아무 죄도 없는데..." 정아(19.여.고3)양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전경 오빠'들에게 해주던 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전경들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는 진압모 쇠철망 사이로 앳된 얼굴이 부끄러움을 탔다. 최근 격렬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맞서 경찰이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겠다고 밝힌 27일에도 51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경찰은 전경버스로 차벽을 쌓는 대신 최전방에 진압복을 갖춰 입은 전경들을 배치했다. 진압모에 마스크, 온몸을 감싸 돌아 목까지 올라온 두꺼운 진압복을 갖춰 입고 손에 방패까지 든 전경들은 긴장을 감추려는 듯 대치한 시민들과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이들 앞에 '파란 요정'들이 나섰다. 물대포에 대비해 파란 비닐 우의를 입고 나온 10대 청소년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칭 '10대 연합'이다.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고 촛불집회 같은 사회 문제도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만든 모임이란다. 전경과 마주한 '파란 요정'들은 10명 안팎이었다. 일렬로 선 이들의 부채질에 '혜택(?)을 보는 전경도 그만큼 만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2시간이 넘도록 '전경 오빠'들에게 손바람을 불어주고 있었다. 얼굴과 목, 손 등에 골고루 바람을 실어 날랐다. 전경들 이마에서 주르륵 땀이 흐르면 "어떡해~ 덥죠 오빠!"하며 더 세게 부채를 부쳤다. 같은 시간 '파란 요정'들 오른쪽엔 이날도 예닐곱 명의 국회의원들이 '국민보호대'를 자청하며 나와 있었다. 왼쪽엔 코리아나 호텔 유리창을 향해 일부 과격한 시민들이 날달걀을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파란 요정'들은 오로지 부채질에 열중했다. 부치다 왼팔이 아프면 오른팔로 바꿔 부쳤다. 다시 왼팔로 옮기더니 아예 두 손으로 부채를 쥐고 끝까지 바람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한 40대 남성이 "너희들 이거 누가 시켜서 한 거야"라고 물었다. "아니에요, 그냥 우리끼리 하는 거예요."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럼, 그럼. 누가 시켜서 저렇게 하겠어?"라며 맞장구쳤다. 또 한 남성은 "전경들은 좋겠다. 나 군대 있을 땐 이런 (부채질하는) 거 없었는데"라고 시샘도 냈다. 학생들 대부분은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시험 기간인데 공부 안 하고 이렇게 나와도 되나요?"라고 묻자 재호(18.고2)군은 "시험 기간에는 일찍 끝나잖아요. 시험 기간이라 나왔어요" 하고 대답했다. 동문서답 같지만 우문현답이었다. 방패와 물대포가 기다리고 있는 가장 '살벌한' 최전방에서 이날 '파란 요정'들의 작은 부채질은 그동안 집회 참가자들이 몸으로 보여준 어떤 행동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