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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촛불'에 밀려난 '구태의연' 운동권 -도민일보

등록일: 2008-07-24


'솔직한 촛불'에 밀려난 '구태의연' 운동권 -도민일보 '촛불문화제의 교훈과 방향' 주제 강연 "시원한 발언·행동 대중 마음 이끌어…운동단체, 관성 버려야" 전경이 돌진하면 맞서서 달려 나가 '오지 마! 오지 마!'라고 외치며 둘러 싸버린다. 경찰이 진압을 포기하고 물러나면 '가지마! 놀아줘!'라며 졸졸 따라간다. 물대포를 쏘면 '물 절약'을 외치고 물이 차가우니 온수를 쏴달라고 한다. 방패를 휘두르는 전경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며 종일 쓰레기를 줍는다. 한쪽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치열하게 대치하는데 그 옆에서는 밴드가 쿵작거리고 바로 그 뒤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는다. 이들과 같이 '투쟁'에 나선 운동권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뭔가!" 서울 도심에서 두 달이 넘게 이어진 촛불문화제는 정작 거리 시위에 익숙한 운동권에 큰 충격이었다. '습관'처럼 거리에 나선 운동권은 촛불을 든 대중을 통제하기는커녕 따라가기에도 바빴다. 22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팔룡동 전교조 경남지부 강당에서 '촛불문화제의 교훈과 방향'을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한국진보연대 소영재 조직부위원장은 이번 촛불 정국에서 진보진영은 대중의 위세에 눌리고 무력감까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한국진보연대는 경찰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와 함께 이번 촛불문화제를 주도했다고 지목한 단체다. 소 부위원장은 먼저 '쌍코'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쌍코는 쌍꺼풀·코 성형 관련 인터넷 모임으로 회원이 18만 명 정도인데 대부분 여성이다. '외모 지상주의에다 개념 없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달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 때 깃발을 들고 참여했다. 그리고 같은 달 25일 <한겨레> 1면에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의견 광고도 냈다. "쌍코뿐 아니라 장빨, 소울드레서 같은 인터넷 모임 회원이 20대 하이힐 시위대의 주축이었다. 디씨 인사이드 음식 갤러리 회원은 종일 김밥을 만들어 현장으로 보냈다. 역시 디씨 인사이드 라이더 갤러리 회원은 밤새 김밥과 물을 시위 현장으로 날랐다. 현장에서 24시간 커피를 타는 모임도 있었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면 30분도 안 돼 마른 옷과 수건이 나타났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진보 진영의 '운동권 단체'는 아예 시위의 주인공이 되길 포기했다."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서 나타났을까?" 연일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괴상한' 사람을 보고 운동권은 무척 궁금했다. 도무지 시위 같은 걸 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소 부위원장은 이번 촛불 정국으로 운동권이 온라인을 새롭게 인식했다고 밝혔다. "운동권은 온라인을 단순히 선전공간으로만 생각했다. 그저 글이나 동영상을 잘 만들어 올리면 그만이었다. 일종의 대자보인 셈이다. 그런데 온갖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 회원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것을 보고 온라인 세계의 실존을 인정해야 했다. 이들의 활동은 운동권의 방식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그는 운동단체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지금부터는 구태의연한 운동권의 관성을 극복하고 대중의 마음을 얻는 동시에 운동의 방향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소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항복하지 않는 한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은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내용적 민주주의로, 나아가 직접 민주주의로 발전하고 있다. 대중들은 정부가 대통령이 항복할 2년이고 3년이고 촛불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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