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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운동권'의 아름다운 낙향 -연합뉴스

등록일: 2008-07-30


<사람들> `열혈 운동권'의 아름다운 낙향 -연합뉴스 (영광=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고향인 전남 영광군 묘량면 운당마을에 노인복지시설 `여민동락'을 세운 한총련 5기 의장 출신 강위원(가운데)씨와 동료들. zheng@yna.co.kr 5기 한총련 의장 강위원씨, 노인복지사업가로 변신 운동권 동료와 함께 고향 영광에 노인복지시설 `여민동락' 세워 (영광=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90년대 운동권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이 노인복지사업가로 변신해 화제다. 주인공은 1997년 한양대에서 열린 한총련(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출범식을 주도했던 제5기 한총련 의장 출신 강위원(38.전남대 94학번)씨. 2001년 출소한 강 씨는 최근 운동권 `동지'들과 함께 고향인 전남 영광군 묘량면 운당마을로 내려와 다음달 2일 문을 여는 노인복지시설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원장을 맡았다. 한때 `골수 주사파'로 불리던 강 씨가 낙향을 결심한 데는 4년간의 옥살이에서 얻은 자기 성찰과 출소 후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자는 결심이 크게 작용했다. 1989년 고교생 신분으로 광주 지역의 전교조 발족 운동에 투신했던 강 씨는 한총련 출범식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붙잡힌 뒤 2001년 출소할 때까지 퇴학, 학생운동, 수배, 수감생활 등으로 20대를 채웠다. 옥중에서는 당시 한총련의 교조주의와 계파주의를 비판하고 학생운동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글을 발표했다가 운동권 내부에서 `개량주의자'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혜자가 주체가 되는 `지역 복지'가 다가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거창한 구호와 공허한 주장 대신 `사람을 어루만지는' 실천을 택한 셈이다. 강씨는 1년 반 동안 기획을 거쳐 아내와 함께 `여민동락'을 짓기 시작했다. 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 출신 이영훈(32)씨 부부와 전남대 총학생회장 시절 문화국장을 맡았던 권혁범(35)씨 부부가 뜻을 같이했다. 이들의 독특한 이력 못지않게 `여민동락'의 운영 철학과 방식은 매우 색다르다. 가장 큰 원칙은 관(官)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 지자체장이나 지방 정치인들이 노인들을 뙤약볕에 모아놓고 일장연설을 하는 식의 `위문 행사'를 없애고 노인들이 복지 시설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씨가 교도소에서 독파했던 맹자(孟子)의 `여민락'(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에서 이름을 따왔다. 아담하고 깨끗한 건물 2동을 지어 1동은 주민들이 모임을 갖거나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수 있는 `주인 없는 시골찻집'으로, 나머지 1동은 노인들이 간단한 치료를 받고 취미활동을 즐기는 `주간보호센터'로 꾸몄다. 이 밖에 통화요금이 아까워 휴대전화 사용을 꺼리는 노인들이 공짜로 국제전화까지 걸 수 있는 `사랑의 도깨비 전화', 100원짜리 동전 1개를 넣으면 커피 10잔을 뽑을 수 있는 `10원 커피 자판기' 등도 마련됐다. 강씨는 30일 "광주에서 가까운 이곳으로 옮겨 와 함께 논밭을 일구고 복지시설을 운영할 젊은 부부들을 모으고 있다"며 "주민의 시각에서 지역 문제를 다루는 인터넷 언론과 농촌복지 연구소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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