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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삶 마감한 장애인 女교수 '위대한 유산' -국제신문

등록일: 2008-08-19


54년 삶 마감한 장애인 女교수 '위대한 유산' -국제신문 "아파트·휠체어 팔아 제자 장학금·진료비로 써 주세요" 울산 춘해대학 이경희 교수 지난달 타계 후 뒤늦게 알려져 춘해대학 사회복지과 이경희 교수가 생전에 자신의 연구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춘해대학 제공 장애인 여교수로 54년의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하면서 제자들에게 '위대한 유산'을 남긴 스승의 유언이 뒤늦게 알려져 제자들이 숙연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4월 갑작스럽게 유방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던 울산 춘해대학 사회복지과 이경희 교수는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재산을 사회복지과 제자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장학금으로 남긴 유산은 부산에 있는 1억 원짜리 아파트. 이 교수는 이를 매각해 매년 500만 원씩 20년간 춘해대학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해달라고 했다. 또 자신이 타던 200만 원 상당의 휠체어는 팔아서 간질병을 앓는 한 제자의 진료비에 보탤 것을 당부했다. 그나마 돈이 될 만한 그의 모든 재산이었다. 1955년 경남 진해시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네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짚고 지냈다. 동래여고 재학시절 이 교수는 체육과목을 거의 0점을 받고도 1~3등을 놓치지 않았지만 장애 때문에 약대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좌절을 딛고 장애인으로서 장애인복지를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에 28세 늦깎이로 부산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장애의 벽은 높았다. 대학원까지 내리 6년간 장학생으로 선발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지만 무려 11년 동안 교수채용시험 때마다 최종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목발을 짚고 강단에 설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마침내 1997년 이 교수는 춘해대 전임강사로 자리를 잡았다. 대학에 몸을 담은 그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서라면 온몸을 던졌다. 대학 측을 설득해 캠퍼스에 장애인용 유도블록을 설치하고, 전국 최초로 수화를 사회복지과 전공필수과목으로 채택하도록 앞장섰다. 그의 막역한 친구인 장향숙(17대 국회 장애인 비례대표) 전 의원은 "저상버스 운영과 장애인 콜택시 마련을 의무화한 장애인편의증진법 입법화 등 장애인 인권운동 현장에 이 교수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암 선고를 받은 뒤에도 "강단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학교에 나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열정을 쏟았다. 이 교수가 지난 2003년부터 자신의 월급을 쪼개 매 학기 30만 원의 장학금을 냈다는 사실도 그가 숨진 뒤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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