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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농심 달래줄 묘안 없는가 -도민일보

등록일: 2008-12-12


아픈 농심 달래줄 묘안 없는가 -도민일보 해마다 벼농사 수확이 끝날 때 쯤이면 도청을 비롯해 시·군청 앞에 나락 가마니를 쌓아두고 농성하는 농민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창군청 앞에도 나락 가마니가 쌓였다. 올해는 남부권에 가을 가뭄이 길어 콩, 무, 배추 등 밭작물이 흉작을 면치 못했다. 그 와중에도 태풍이라든지 큰 자연재난이 없어 쌀농사는 풍년이 됐다. 그런데 농촌에는 풍년가 대신 농민들의 한숨과 원성뿐이다. 공공 비축미 수매가 시작됐지만, 농민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다. 그들만의 외침, 나락 적재 투쟁 거창군 농민회는 "농민들은 내년에도 농사를 짓고 싶다"며 "거창군은 길바닥에 내던져진 농민의 생존 대책을 수립하라"라는 펼침막을 내걸어 놓고 있지만, 왠지 공허한 외침으로만 보인다. 이런 현상은 수매제도가 폐지되고 공공비축미 매입이 시작되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시작된 공공비축미 매입은 산지의 수확기(10~12월) 쌀 가격을 기준으로 우선 지급금을 먼저 지급하고, 기준시기의 산지 쌀값 조사결과에 따라 내년 1월에 추가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후정산에 대해서도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것은 정부에서 수확기로 보는 기준시기를 수확이 이미 끝난 상황인 12월까지로 잡았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11월에서 12월은 농가에서 현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여서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벼를 출하하는 시기가 아닌가. 그러면 당연히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산시기에 대한 불만이다. 사후정산은 정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농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격을 조기에 결정하여 나락을 내는 즉시 돈이 손에 들어와야 한다는, 일견 당연한 주장이다. 가격 또한 40kg 한 포대에 7만 원 선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지금 농민들은 단순히 몇 푼의 쌀값을 더 받고자 공공비축을 거부하고 나락을 적재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내년에도 벼농사를 짓고 싶은 처절한 마음으로 자식 같은 나락을 찬 바닥에 내던진 채 투쟁하는 것이다. 생산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벼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빚 농사를 짓는 것이 현실이기에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더는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고달픔을 보듬어 줄 묘안은 진정 없는가? 식량의 무기화는 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비록 주곡인 쌀의 자급에는 큰 걱정이 없다지만 멀리 내다볼 일이다. 쌀이 올해에는 비록 풍년이지만 세계적인 식량사정은 매우 유동적이며 그것은 언제든지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매가를 인상해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제값을 받고 영농의욕을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생산비용 증가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이는 국제유가의 수직상승에 기인하여 농기계 작업비용이 많이 증가했고, 또한 비료의 보조금 삭감으로 비료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농민 대부분이 저소득에 허덕이고 직불금 파동에 의한 허탈감을 달래 줄 필요도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거창군은 2004년 10월 '거창군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내용을 일부 개정,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음식재료를 지역 내 우수 농·축산물을 사용토록 의무화했다. 이는 관내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자 하는 등 지역차원의 고민이 반영된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나 극히 제한된 방안일 뿐이다. 무엇보다 농민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절박함에도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우이독경 식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중앙 정부 나서 해결책 내놔야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 또한 불만의 대상인 것 같다. 농민들 사이에는 새 정부가 한미 FTA 국회비준을 추진하고 농지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생산비도 되지 못하는 쌀값으로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게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정부와 농민, FTA와 우리 농업이 언제까지나 갈등의 평행선을 달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상생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같은 식량위기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식량자급률이며 이런 식량 자급률을 높이려면 그에 기반을 둔 농업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 약자는 농민이다. 무릇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약자의 입장에 먼저 서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그 기본전략에 더욱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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