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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교육을 마음껏 논하다.- 박보건 교사

거창민주평통 주최, 교육토론회 발표문

박 보 건(운영위원, 교사)

 


1. 거창교육협의체와 거창교육연구소, 교육 학술 행사와 관련 시설 구축

 


거창에서 초, 중, 고 12년 학교를 다니고, 교사로서 학교에서 근무한 지 20년이 넘어서고 있다. 3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 거창 교육은 그 당시의 모습과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지, 불현듯 궁금해진다.
무엇이 변한 것일까? 그 사이에 계속 이어져야 하는 가치 있는 전통은 생겼을까? 무엇을 이어가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10여 년 전에 전교조 거창지회를 중심으로 거창 교육의 실황과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 단체(모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거창교육연구소’를 만들고자 시도하였다. 그러나, 주로 현직에 있는 교사들로 구성되었고, 각자의 학교 교육에 충실하다 보니 연구소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고,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30년 전 거창 교육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 분석하라면 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5년, 10년의 전망을 찾을 수 있을까? ‘무수한 사람들이 30년 동안 열정적으로 교육 활동에 참여하였다’, ‘학생들의 수가 많이 줄었다’, ‘학생들이 달라졌다’ 라는 등의 이야기를 경험에 의존하여 막연하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가끔 거창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각 종 현안에 대비하여 TF를 구성하여 운영하거나, 관련 인사들을 초청하여 협의회를 진행하는 등 거창 교육을 고민하고 전망하고 준비하는 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에서도 다른 많은 업무를 치러야 하므로 일상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하거나 연구 단체를 운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교육은 오랫동안 거창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정치권에서나 사회단체들도 ‘교육도시’를 내세워왔다. 거창군청에서도 인구교육과를 두고, 교육을 중점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 군의회에서도 교육을 고민하는 분들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 중에도 교육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거창 대학을 비롯한 각 학교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늘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곳곳에서 거창 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기관, 단체,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그 각자의 고민을 거창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힘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따라서, 오늘과 같은 토론회가 가지는 의미는 실로 대단하다 할 것이다. 결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자유롭게 거창 교육을 논할 수 있는 토론회를 안정적이고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준비할 수 있는, 동시에 지역의 교육 현안에 대하여 협의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거창교육지원청보다는 거창군청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고 운영되면 좋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연구소 역시 같은 맥락으로 강조하고 싶다. 전문 연구위원이 있는 연구소가 있으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도립 거창대학이나 국립 경상대학교와 연계하여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과거 10년과 향후 10년의 거창 교육을 연구할 수 있는 팀이 꾸려지길 바란다. 이 연구소를 바탕으로 거창에서 교육학 교수, 전국적인 교육 연구 실천 단체 등과 연계한 교육 학술 대회 등이 꾸준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거창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학술 행사에서 전국적인, 세계적인 교육 이슈(화두)들이 쏟아져 나오길 바란다.

 


전국적인 학술 대회 등이 행사로만 끝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학술 행사에서 거론된 것들이 허공에 떠도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창의 모든 교육 기관에서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며, 그 실천이 또 연구의 대상이 되는 체제가 구축되면 그야말로 ‘교육도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거창의 시설들을 둘러보면 전국 규모의 교육 학술 행사를 치루어 낼 곳이 있을까 의문이다. 유소년 축구 경기와 연습을 위해서 많은 아동들과 보호자들이 거창에 오는데, 어디에서 묵고 쉬는지 궁금했다. 스포츠 파크 인근에 다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최신의 시설을 갖춘, 특히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숙식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 종류의 시설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와 같이 전국 규모의 교육 학술 행사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시설은 대규모의 교육 학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강당, 세미나실, 숙박시설, 그 밖의 각종 편의 시설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거창교육연구소가 상주하여야 한다. 폭을 약간 넓혀 보면 학교 밖 방과후 교육과 관련된 시설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학교에서 갖추기 어려운 시설 중 교육에 꼭 필요한 교육 시설이 갖추어지고, 방과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동시에 행사가 없을 때는 여행객 숙소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신축을 하는 것이 필요할까 라는 걱정이 있다면 교육 학술 대회 등 대규모의 행사를 진행할 때 거창대학을 중심으로 각 학교 시설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좋겠다.

 


(다만,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옛, 지원 지청 자리에 이런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교육지원청 인근의 어떤 지역이 좋을 것이다. 요즘 도시민들에게 뜨고 있는 논밭 뷰가 있는 곳으로서는 정장리 언덕 즈음에도 좋을 것 같다. 약간 좁기는 하지만 옛 서흥여객 부지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포츠 파크 쪽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지원 지청 자리에는 거창 근대 의료 박물관처럼 있는 시설을 그대로 두고, 약간의 변형을 꾀하여 공원과 박물관으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전에 거창읍을 한눈에 바라볼 있는 곳에 권위를 드러내기 위하여 지원, 지청을 두었다고 들었다. 이곳에 교육을 강조하는, 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오가는 교육 학술 관련 시설은 맞지 않는 것 같다.)

 


2. 학생 기본 소득과 학생들의 문화 생활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많지 않은 학생들이 1년에 50만원이나 10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 거창의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월 5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지역에서만 지출하도록 하면 어떨까? 1인당 1년 60만 원이 지급되면, 한 학년 600명*3개 학년=1,800명, 1년에 10억 8천만원 정도가 쓰인다.

 


모두 지역에서 쓰이도록 하며, 특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문화 활동에 집중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한다면 열악한 문화 관련 업체나 활동들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카드를 발급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지역의 금융기관과 연계하여 카드를 제작하고 매월 충전하는 방식을 취하면 좋을 것 같다.

 


3. 고등학교 학생 정원 문제, 학교 마다의 빛깔 있는 교육과정

 


현재 거창의 고등학교 입학 정원과 중학교 졸업생 수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생수를 제외하고, 정원에 속하지 않는 특수학급 대상 학생을 제외하면 100여 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차이가 난다. 5~6개 학급에 해당하는 수이다. 5~6개 학급이면 거창읍의 한 개 학교 한 학년이 사라지는 숫자이기도 하다. 3년만 누적되면 한 개 학교가 사라진다.

 


이러한 가운데 각 학교들은 학급수와 학생수를 유지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조는 각 학교들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과 활동을 이끌어 내고, 교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는 모습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고, 비교육적인 모습이 포함되어 있으며, 오히려 교직원들의 의욕을 크게 떨어뜨리게도 한다.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의 홍보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도 오래 전부터 중학교를 방문하여 홍보 활동을 진행해 왔다. 최근 들어 공정하게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도 어느 정도 안착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다시 체계가 무너지고, 신입생 홍보와 유치 과정에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하였다.

 


교육지원청에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주면 좋겠지만 고등학교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선 현재 한 학급당 23명의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이는 것이 각 학교의 학급수를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는 도교육청에서 미리 학급 수(학생 정원)를 조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학교 학급수를 조정하듯 한 학교가 일방적으로 학급이 감축되어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돌아가며 감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8학년도에는 대성일고등학교가 학급수는 유지하였으나 약 14명의 정원 미달이 있었다. 2019학년도에는 아림고가 한 학급 감축이 되었다. 2020학년도에는 각 학교마다 어느 정도의 정원 미달이 발생하면서 어느 학교도 학급 감축이 없었다. 2021학년도에는 중앙고와 거창여고가 한 학급씩 감축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우선 모든 학교들이 학급을 감축시키지 않으려면 각 학교들마다 19명 정도의 미달을 고려하고 신입생을 받으면 될 것이다. 이러한 사전의 합의가 어려우면 각 학교들마다 너무 무리하지 않게, 5학급은 4학급으로, 7학급은 6학급으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에 가장 결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도교육청에서는 학급 감축이 시작된 2014학년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을 해 왔지만, 사실상 모든 책임은 고등학교 자체에 주어졌다. 각 고등학교들이 수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이므로 도교육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거창군청이나 군의회, 거창교육지원청도 직접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

 


각 고등학교마다 빛깔 있는 교육과정이 있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와 조건, 적성 등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또한, 빛깔 있는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대입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미 각 학교들마다 자신의 빛깔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성적대로 배정되다시피 했던 이전의 고등학교 선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특히 대입에서도 잠재력 있는 학생들이 더 많이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각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가꾸고, 보다 깊은 배움을 일으키고, 일명 미래 역량이라 할 수 있는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력과 융합, 창의력을 기르고, 도전의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면, 아림고등학교에서는 평화, 환경, 생태, 지역, 농업, 생명, 기후 대응, 환경, 학생자치 등의 빛깔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을 갖추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저마다의 빛깔대로 교육과정을 갖춘다면 어떨까?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을 준비하는 일개 과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목표를 가지는 것이다. 현재의 대입 체제와도 잘 어울린다.

 


4. 학생들의 편의와 안전한 생활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

 


학생자치회 선거에서 학생들이 내세우는 공약과 제안들을 보면 가끔 자신들의 생활 깊숙하게 영향을 끼치는 정책들을 세밀하게 찾아 내세우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은 면에 거주하면서 야간 자습을 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관광버스를 통학버스로 활용하고 있는데, 거창읍에 거주하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불편하거나 안전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면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경우처럼 야간 자습을 마치고 거창읍을 한 바퀴 돌아줄 수 있는 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제안해 보겠다 라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다양하고 참신하면서 자신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정책들이 생산될 수 있고, 동시에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가능하다면 각 학교 학생자치회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하여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면 좋지 않을까? 이를 위하여 교육청이나 군청의 지원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거창 지역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교통안전에 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마다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의 오토바이 승차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가 있었고, 최근에는 킥보드 사용과 관련한 안전사고 문제가 있었다.
최근에 경찰서를 중심으로 배달업 사장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지는 조금 더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민관의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움직임은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토바이 승차와 관련하여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물론 보호자의 인식 또한 오토바이 승차로 인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밖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학교와 함께 관련 기관들, 관련 사업자의 협력과 적극적인 조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5. 기타 의료 관련 고등 교육 기관 유치

 


응급구조, 한의학, 약학, 의학, 치의학 등 의료 관련 대학을 유치하거나 거창대학에 의료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집중 육성하는 것과 동시에 의료원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생각일까?
이상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맥락 없이 나열해 보았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다. 연구되지 않고 경험에서 나온 의견이므로 얕을 수 밖에 없지만, 본 토론회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당이라 생각하고 그야말로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 보았다. 최근에 거창군청 인구교육과를 중심으로 완주군의 모범 사례를 직접 견학하여 배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창군청을 중심으로 교육연구소를 갖추고, 거창이 가지고 있는 약점과 강점, 위기와 기회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거창만의 아름다운 빛깔을 갖춘 지역 교육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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