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문]
“거창대학 통합, 지역과 미래를 위한 준비는 충분한가?”
“방산학과 신설, 실현 가능성과 정체성 검토가 선행돼야”
2025년 5월 23일 제5차 대학통합 자문위원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창원대학교, 거창대학, 남해대학 간 통합은 5월 26일 승인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이행협약 체결과 실행계획서 제출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통합은 행정적으로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대 없이 추진된 과정에는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존재한다.
■ 지역 특성과 조화를 이루는 기능 배치가 필요하다
회의자료에 따르면, 거창캠퍼스에는 2026년부터 정원 91명, 전임교원 8명 규모의 K방산시스템공학부가 개설될 예정이며, 2028년부터는 정원 50명의 방산무기체계 특수대학원도 신설될 계획이다.이들은 모두 신설 과정에 있는 교육과정으로, 거창 지역의 산업 구조와 교육 여건에 비추어 조화 가능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거창은 지리산·덕유산·가야산에 둘러싸인 생태 중심 도시이며, 간호학과를 중심으로 생명·보건·복지 교육에 특화된 지역이다. 이러한 특성과 비교해보면, 방산 관련 학문 도입은 다소 낯선 방향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며, 지역의 산업 구조나 교육 수요와의 정합성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단순한 행정적 효율성보다는, 지역성과의 조화를 중시한 기능 배치가 요구된다.
■ 지역 정체성과 함께 설계되는 교육 방향이 필요하다
거창은 생태와 평화의 가치를 중시해 온 지역으로, 생명과 돌봄 중심의 교육도시로 정체성을 다져 왔다. 새로운 학문 분야의 도입은 그러한 지역 정서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전쟁과 군수산업과 관련된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어떤 미래상을 함께 그릴 수 있을지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 정체성과 교육 방향 간의 연계성을 분명히 하는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시민사회는 반대가 아니라 함께 준비하고자 한다
2024년 11월, 우리 단체는 양질의 교육 보장, 학사 자율성, 캠퍼스 독립 운영, 공정 예산 편성, 군민 의견 수렴 등 8가지의 핵심 요구사항을 성명서로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제안은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지역 대학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방향 설정을 위한 것이었다. 이후 이루어진 공청회나 설명회 등의 절차는 있었지만, 제안 사항들이 실행계획 수립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는지는 여전히 확인이 어렵다.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있다면, 지역사회도 충분히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 실행 가능성과 지역 연결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K방산시스템공학부와 방산무기체계 특수대학원 신설은 교육의 다변화, 고급 인재 양성, 국방 분야의 산학협력 확대 등 긍정적 가능성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실제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 국방부, 방위사업청, 방산업체 등과의 실질적 협력 체계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되었는가* 매년 정원 91명 충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자료와 전망은 무엇인가* 거창 지역 내에 방산 관련 실습과 연계 가능한 산업 기반이나 교육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가* 기존 간호·복지 등 지역 강점 학과와의 조화와 균형은 어떻게 고려되었는가* 이러한 학과 신설이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산업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될 때, 지역사회도 더 큰 신뢰를 가지고 통합의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1. K방산시스템공학부 및 방산무기체계 특수대학원 배치와 관련한 실행 계획, 예산 확보, 협력 기관 등의 구체적 정보를 공개해 달라.
2. 거창의 산업 구조와 교육 기반에 부합하는 기능 배치를 중심으로, 장기적 실행 전략을 다시 검토해 달라.
3. 이행계획 수립 과정에 지역 주민, 학생, 교직원 등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
4. 시민사회가 제안한 요구사항을 실행계획에 충실히 반영해 달라.
거창은 단순한 형식적 통합의 수단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교육 모델의 중요한 거점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분한 준비와 소통이다.
2025년 6월 2일
함께하는 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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