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공공은 공공답게 – 수승대 야영장 요금 인상, 군민의 납득과 철학이 빠져 있다
최근 수승대 야영장 요금이 15,000원에서 30,000원으로 두 배 인상된 이후,
거창군청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관련 민원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군민들은 묻고 있다.
“전기도 설치되지 않고, 차량은 데크 옆까지 접근할 수 없어
리어카로 짐을 10분 이상 날라야 하며, 데크 간격도 좁은 상황에서
왜 요금이 두 배로 올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거창군은
“민간 야영장과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고 답했다.
우리는 그 답변을 보며 되묻는다.
공공시설은 민간시설과 같은 시장 원리로 운영돼야 하는가?
물론 민간 야영장 운영자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된다.
실제로 가격 차이로 인한 민간의 불만이 행정에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공공시설은 공공다운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공공시설이 유료화되는 순간,
그 시설은 민간과 구조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공공은 공공답게, 민간은 민간답게,
서로 다른 목적과 방식으로 운영되어야만 상생이 가능하다.
공공시설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라
군민의 접근권과 복지 실현에 있다.
단순히 민간과 가격을 맞추기 위해,
군민의 여가 기회가 축소되고,
시설은 개선되지 않은 채 요금만 인상된다면,
이것은 행정이 공공의 철학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거창군은 군민에게 30% 할인 혜택을 운영 중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할인만으로 군민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요금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며,
절차와 소통,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거창군은,
같은 지역 내,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또 다른 공공 야영장인 ‘금원산 자연휴양림’과의 형평성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원산은 15,000~18,000원의 요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군민은 두 시설의 차이에 대해 정당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거창군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수승대 야영장 요금 인상의 근거 자료(요금 비교표, 회의록 등)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2. 시설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요금 인상이 타당했는지 재검토하라.
3. 군민 참여와 설명 과정 없이 진행된 행정 절차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유사한 공공정책에 대해 공론화 구조를 제도화하라.
4. 민간 야영장과 공공시설이 서로 다른 목적과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 설계를 재정비하라.
공공시설이 공공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면,
그 운영 또한 반드시 공공의 정신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복지적 철학 없는 요금 인상,
군민 납득 없는 해명,
투명성 없는 행정 결정은
군민에게서 공공을 빼앗는 일이다.
지금은 행정이 ‘공공은 왜 존재하는가’를
군민과 함께 다시 묻고, 다시 배우고, 다시 바로잡아야 할 때다.
2025년 7월 21일
함께하는 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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