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세계사회포럼.."자본주의 사망" -연합뉴스진보ㆍ개혁 목소리 반영..남미 좌파정상 참여 정치색 강화세계경제위기 대안 제시 불충분 지적도(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의 대안 모임으로 일컬어지는 세계사회포럼(WSF)이 6일 간의 일정을 끝내고 1일 막을 내렸다. 9회째인 올해 WSF는 지난달 27일부터 브라질 북부 파라 주(州) 벨렝 시(市)에서 계속됐으며. 주최 측은 전 세계 142개국 5천800여개 진보 성향 단체에서 10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륙별 참가 단체는 남미가 4천193개로 가장 많았고 유럽이 491개, 아프리카가 489개 등이었다.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와 대안 모색, 새로운 세계 정치ㆍ경제 질서 구축,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 아마존 삼림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 원주민 등 소수인종 권익 향상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올해 행사에는 특히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격렬한 반대 시위를 전개한 극단적인 좌파주의자들로부터 시작해 온건 사회개혁운동가, 인권운동가, 환경보호 활동가, 종교 지도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보ㆍ개혁 세력이 참여해 내용이 한층 충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행사에 투입한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인 5천만 달러에 달했다. 특히 세계경제위기라는 특수 상황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 등 역대 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5명의 정상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정상들은 세계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선진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자본주의 및 신자유주의에 대해 사망을 선고하는 한편 새로운 세계금융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샤논 벨 교수(정치학)는 "사람들은 이미 자본주의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있으며, 자본주의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올해 WSF가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열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WSF를 놓고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실질적인 대안 제시도, 일치된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구호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보스 포럼과 마찬가지로 WSF 역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국제 현안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스스로를 '이상주의자'로 표현한 루이스 파비아노 셀레스트리노(35)는 "WSF가 꼭 금융위기 때문에 열린 것은 아니며, 세계는 사람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라면서 "WSF에서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견해를 듣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코레아 대통령이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세계경제위기 치유를 위한 남미권의 공동대응 차원에서 단일통화 창설 및 중앙은행 통합 운영을 제의하기도 했다. 올해 WSF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성격을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룰라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좌파 정상들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21세기형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관타나모 기지의 쿠바 반환을 요구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벨렝 시 도착 일성을 통해 자본주의 사망과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강조하면서 "WSF는 떠오르는 개도국들의 행사인 반면 다보스 포럼은 금융위기로 인해 '죽어가는' 국가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제국주의 정책을 버리고 진정한 변화를 모색할 때 미국-베네수엘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미국이 볼리비아 정부 전복 음모를 지원해 왔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의 간섭주의를 끝내기 위한 '세계혁명'을 촉구했다. 이 같은 몇 가지 지적에도 불구하고 WSF가 세계 '다른 부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행사에서는 "포럼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 세계 단체들이 공동입장을 밝히자"는 주장이 제기됐는가 하면, 포럼 원년 멤버 중 한 명인 치코 위태커는 "세계는 다양할수록 바람직한 것이며, WSF는 세계가 지향해야 할 모습을 보여주는 배움터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출발한 WSF는 2001년과 2002년, 2003년, 2005년에는 브라질 최남부 리오 그란데 도 술 주 포르토 알레그레, 2004년에는 인도의 뭄바이에서 열렸다. 2006년에는 아프리카 말리,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파키스탄 카라치 등 3개 대륙 3개 도시로 나뉘어 개최됐으며, 2007년에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렸다. 2008년에는 1월 26일부터 전 세계 72개국으로 나뉘어 행사가 개최됐다. WSF는 올해 행사를 끝으로 앞으로는 격년제로 열릴 예정이며, 이에 따라 제10회 WSF는 2011년 아프리카나 아랍 국가, 미국, 멕시코 중 한 곳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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