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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거창 북상초, 등교 거부 장기화

위기에 빠진 거창 북상초, 등교 거부 장기화 전교생 절반, '마을학교' 수업... 도교육청 '꿈쩍'도 안 해 지난 7월 31일 경남도육청의 교장공모제 지정 취소에 반발하면서 개학과 함께 시작된 거창 북상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등교 거부 사태로 열흘째 파행을 겪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상초 운영위원회는 경남도교육청에서 발령 낸 임명제 교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교육을 거부하고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양측 간의 사태는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교육당국 간의 책임 있는 기관의 '중재'가 없다보니 결국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에 ▲도교육청의 교장공모제 지정부터 취소 결정까지 ▲학부모들의 마을학교 운영에서 현재 요구 사항은 무엇인지 ▲갈등을 해결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도교육청과 학부모들의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사태 전반을 들여다봤다.교장공모제, 신청서 전격 취소까지 전교생이 43명밖에 없는 북상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은 시골학교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지난 6월 교장공모제를 신청했다. 그런데 경남도교육청이 7월 31일 '물의 야기' 등의 이유로 교장공모제 지정을 전격 취소해 버렸다. 학부모들은 앞으로 2~3년 안에 북상초의 전교생이 20명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교장공모제를 할 경우 자율특성화 학교로 지정, 우선적으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운영위는 2년간의 준비와 고심 끝에 교장공모제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공모제로 뽑힌 교장은 4년 임기에 중임이 가능하고, 교감을 포함한 해당 학교 교사 50%까지 초빙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사실상 학부모들은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교장공모제라고 판단한 셈이다. 교장공모제는 행정중심의 학교에서 교육중심의 학교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교직경력 15년 이상의 교사 등 교육경력이 있으면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응모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이런 취지로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6월 16일 제5차 교장공모제 시범 운영학교 8개교를 지정했고, 이 중 한 곳인 북상초등학교 교장 공모에는 모두 4명이 지원해 심사 총점 1, 2위를 한 2명이 도교육감에게 추천됐다.그러나 도교육청은 거창교육청과 학교운영위의 심사를 거쳐 추천된 2명의 후보 가운데 한 후보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 물의가 일어났다는 이유로 교장공모제 시범학교 지정을 아예 취소해 버린 것이다. 도교육청은 3차 심사를 맡았던 학교운영위의 심사위원들이 지원동기, 학교경영비전, 교육실적, 학교특성화 과제 등 5개 항목에서 50점 만점을 한 후보에게 주고, 나머지 2명에게는 5개 항목 모두 0점을 줬다는 점을 들어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이에 대해 운영위원회측은 "후보자의 점수는 미공개가 원칙이며 행정실장과 함께 점수집계를 했고, 운영위원들이 총점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는 서명까지 했다"며 "심사위원회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며 지정 자체를 아예 취소해 버리는 것은 부당하고"고 맞섰다.7일 이상 무단결석 처리 13명 학부모들은 학교 옆 '갈계숲'에 천막 3동을 설치하고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복식으로 1, 2학년은 북상면사무소 앞 공부방에서, 3, 4학년과 5, 6학년은 천막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이 학교는 1학기까지 전교생이 43명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1명이 전학을 갔으며, 2명은 5일 인근에 있는 마리초등학교로 전학 갔다. 5일 전학 간 학생들은 방학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며 전학가기 전까지 등교를 했었다.10일 학교 측에 따르면 41명의 학생 가운데 20명(15가구)이 등교를 거부했다. 당초 30명에서 약간 줄어든 상황. 학교에서는 21명(12가구)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 오전에는 마을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오후에는 학교에서 놀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는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20명의 등교 거부 학생들 가운데 13명은 7일 이상 연속 무단결석으로 처리됐다. 7명은 오후에 학교에서 뛰놀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수업을 받게 된 것. 7일 중 1시간이라도 수업을 받게 되면 무단결석은 면하게 되는 제도 덕분이다. '학교'와 '마을학교'는 담벼락 하나를 사이로 마주하고 있다. 고영기 교감은 "마을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 일부가 들어와 수업을 하고 있다"며 7일 이상 무단결석으로 처리되면 생활기록부에 등재될 수도 있고, 전체 207일의 수업에서 3분의 1 이상인 70일 이상 결석할 경우 상급 학교 진학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7일 이상 연속 등교 거부한 학생들의 가정에 '출석 독촉 공문'을 보냈다. 이어 10일부터는 가정방문을 할 예정이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25조는 의무교육 대상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하여 7일 이상 결석할 때 보호자에게 학생의 출석을 독촉하거나 의무교육을 받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경고하게끔 돼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2, 5학년 두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출석 독촉 공문은 이전부터 예상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다. 독촉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마을학교'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학부모들은 개학 하루 전날인 8월 31일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마을학교' 운영과 관련해 설명회를 열었다. 북상초 운영위원회 서원(45) 위원장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학교를 운영하려고 한다"면서 "왜 마을학교로 와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현재 마을학교에는 전직 교사 3명과 보조 교사 2명을 포함해 5명이 수업을 맡고 있다. 첫 주에는 산책과 명상을 시작으로 테마별 학습을 진행하다가 둘째 주 들어서는 말하기, 쓰기, 국어, 수학, 과학 등의 정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오후에는 영어, 음악, 미술, 체육 등 보충학습과 연극, 디지털카메라 배우기 등 체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등하교는 학교버스를 타고 통학하며, 점심은 학교 근처 남해횟집에서 학교식단에 맞춰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해결하고 있다. 이밖에 운영위에서는 식수나 교자재 등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그러나 천막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야외수업의 묘미를 찾을 수 있지만, 학교에서 받던 수업과는 다르다보니 학생들이 혼동을 겪기도 한다. 저학년인 한 학생은 "공부를 하는데도 놀고 있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1일 경남은혜학교에서 퇴직하고 3, 4학년 반을 가르치고 있는 김경희(62) 선생님은 "수업이 학년별이 아니라 복식으로 진행되기에 학생들의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학생들 또한 부모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실수하지 않고 더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노력하는 모습이 참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공모제와 관련해 "심사과정에서 물의가 있었다면 이를 수정하고 개선해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교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학부모들의 진정성을 도교육청이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원 위원장은 "최근에 4명의 교장이 있었지만 북상초등학교에서 정년퇴직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운영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며 "이로 인해 일부는 지척에 학교를 두고도 25㎞나 떨어진 거창읍내에 있는 학교를 보내며 항상 폐교의 불안한 마음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운영위는 "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담합이나 금품수수, 비리, 청탁 등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교장공모제의 일방적인 취소로 지역민과 학부모들이 2년간의 준비 끝에 시작한 교장공모제에 대한 부푼 꿈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쟁점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 경남교육포럼은 "이번 일로 교장공모제의 취지 자체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며 "자칫 교장공모제의 역기능이 부각돼 잘못된 시각이 만들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청은 담합 의혹에 대해 불같이 화나 있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게 교육당국의 입장이다. 1명에게는 만점인 50점을 주고, 다른 2명에게는 모두 0점 처리하는 것은 담합을 하지 않고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교장공모제 심사제도의 공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운영위는 "학부모 심사위원들은 절대로 담합을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심사위원들이 '0점'을 주면 안 된다는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공모교장을 취소한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포럼 박종훈 교육위원은 10일 호소문을 내고 교육청의 융통성을 촉구했다. 호소문은 학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다. 박 위원은 호소문에서 "이번 북상초등학교의 문제는 학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교육청이 가볍게 생각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으며 최선의 방법이 교장 공모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1, 2차 교육청 심사 과정이 학부모들에게 불신을 줬고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학부모로서 추천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압도적인 점수 차로 특정 후보가 1위로 올라갔다는 말이 떠돌며 교육청의 심사 과정에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이번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편파적으로 심사를 한 것으로 믿었고, 심사위원에게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요구했다.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선 거창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교장공모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보완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과연, 도교육청이 절차상의 논란을 일방적으로 문제 삼아 교장공모제 지정 자체를 철회해 버린 것이 정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학생들은 아직 천막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북상초등학교 41명의 전교생 중 절반이 아직도 열흘째 학교 밖 천막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방관만 하고 있다. 오히려 교육청이 일을 크게 만들어버린 징후도 감지된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단식 농성까지 전개하며 취소 철회를 요구했으나 묵살하고, 도교육청은 지난 8월 21일 초중고 교장, 교감 인사를 단행하면서 북상초등학교 교장으로 오중환씨를 발령 냈다. 이에 운영위는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마을학교로 등교하고 있는 중이다. 또 통폐합 위기에 놓인 학교의 회생을 위해 교장공모제 재지정을 요구하며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은 "북상초등학교 발전을 위한 재정 지원 등은 가능하지만 교장공모제는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교장공모제를 시범 운영 중인 데다 현행 규정상 교장공모제 대상은 '교장의 임기 만료 및 정년퇴임으로 후임 보충이 필요한 학교'로 돼 있어 지난 1일에 부임한 교장의 2년 임기가 지나야 재검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제대학교 오세희 교수는 "심사과정에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재공모를 하는 게 맞는데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무 자르듯이 취소를 해 버리는 것은 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교장공모제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오 교수는 또 "학생들의 등교거부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학부모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로 들어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융통성을 발휘해 교장공모제로 학교를 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다. 교육청이나 학부모는 모두 학생들을 위한 자세가 무엇인지 살펴 서로 양보해야 한다. 학부모들 "한발 물러서겠다... 교육청도 진정성 보여야" 북상초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에서 지금이라도 당장 태도를 변화시킬 안을 마련해 준다면 마을학교 운영을 취소하고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상초의 교장공모제는 본질적으로 폐교위기에 놓인 학교를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게 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도교육청이 북상초등학교를 2010년 농산어촌 전원학교로 지정하거나 또는 6차 교장공모제에 지정해 주면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고 밝혔다.해법은 있다. 북상초가 신임 교장이 정년퇴직하는 곳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현 교장을 내년에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 명예로운 은퇴를 보장하고, 학부모 심사위원들을 새로 구성해 교장공모제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 방안이 어렵다면 운영의 묘를 살려 북상초를 농산어촌 전원학교로 지정,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는 일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거창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농산어촌 전원학교 지정은 학생수가 61명 이상, 200명 이하가 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조건을 수용하기에는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운영위는 당초 5차 교장공모제를 원상회복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새로 발령받은 교장도 피해자란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났다. 운영위는 2010년 6차 교장공모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신임 교장의 임기는 2년이 남은 상태다. 마침 경남도가 교장공모제로 야기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학교 운영비 1억8000만 원을 제시했다. 북상면 애향회에서 모금을 통해 1200만 원 지원을 결정했다. 지역에서도 양측 입장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오중환 교장은 "등교거부 사태가 장기화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루 한 번씩 학교운영위원장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이날 배명식 북상면장과 지역 유지들과의 사태 해결을 위해 이야기 나누던 중 눈시울 적시기도 했다. 북상초등학교 아침 등굣길에는 통학버스에서 나란히 내린 학생들이 학교 앞 공터에서 한쪽은 학교로, 다른 한쪽은 마을학교로 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학생들 간의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폐교 위기에 빠진 시골학교를 살리는 일. 교육당국이 학부모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될 것 같다. 출처 : 위기에 빠진 거창 북상초, 등교 거부 장기화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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