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er

"어른들 때문에…" 한 시골 초등생들 등교거부 35일째

"어른들 때문에…" 한 시골 초등생들 등교거부 35일째
-노컷뉴스

 

[경남CBS 송봉준 기자]

경남 거창 북상초등학교의 등교거부사태가 16일로 35일째를 맞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1일부터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한 채 학교 인근에 마련된 천막교실과 공부방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전교생 41명 가운데 등교거부 첫날 30명이던 등교거부 학생 수는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북상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을 학교로 보낼 것을 독려하며 장기결석을 하게 되면 진급이나 진학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학부모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왜 등교거부까지 갔나


거창 북상초는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6월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로 지정돼 후임 교장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교장공모에는 모두 4명이 지원해 거창교육청과 학교운영위원이 심사를 벌여 점수 순으로 1, 2위를 경남교육감에게 추천했지만, 2위 후보자가 민원을 제기하고 지역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남교육청은 차점자의 민원제기와 언론 보도를 통한 사회적 물의 등의 이유를 들어 감사를 거쳐 교장공모제 시범학교 지정 자체를 취소해 버렸다.

경남교육청은 "담합의혹을 제기한 민원인이 있어 조사한 결과, 특정후보 한 명에게 모두 만점을 주고 나머지 두 명에게 0점을 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다"며 "교장공모제를 통한 선정과정에서 물의가 야기되면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취소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장 공모 채점에서 일부 지원자에 대해 '0'점을 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원자중 한 명이 실정법을 위반하는 등 도덕성에 대한 심대한 흠결이 있었다"며 "심사위원들은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어서 담합하지 않아도 이러한 심사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특히 "거창교육청에서 진행한 1, 2차 심사결과 점수가 유출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인데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또 3차 학교운영위 심사 결과가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민원인에게 전해진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결국, 거창 북상초 학교운영위원장이 경남교육청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데 이어 학부모들이 부당한 교장공모 취소 처분을 철회하라며 경남도교육청을 상대로 창원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학부모들은 특히, 경남교육청의 입장 변화가 없자, 2학기 개학일인 지난달 1일부터 자녀들의 등교거부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 핵심 쟁점은?


학부모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경상남도교육청이 교장공모제 지정 취소를 철회하고, 내년 3월 6차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은 또 6차 교장공모제 실시와 전원학교 지정 등 불확실한 내용 외에 그동안 경남교육청이 제시한 자율학교 지정 검토,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형 돌봄학교 지정 등 실질적으로 학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반면 교장공모제 재실시와 관련해 경남교육청의 입장은 학부모들의 요구처럼 당장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장공모제 실시 조건에 정년전이나 임기만료 전이라는 규정 때문인데 경남교육청은 지난 9월 정기인사때 새 교장을 임명했다.

교육청은 먼저 아이들의 등교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대화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등교거부 장기화…중단 요구 잇따라

창원·마산·진해 현모회 등은 지난 14일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등교 거부는 결코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며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선생님과 억지로 떨어져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퇴직 교원 단체인 경남교육삼락회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경남교육청이 교장 공모 심사과정 중에 일어난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시범 운영 지정을 취소한 결정은 정당하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어린이를 볼모한 법과 제도가 허용하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원 거창 북상초 학교운영위원장은 "그동안 농촌지역 교육환경의 열악성, 학부모들의 고충 등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이나 입장표명이 없다가 국정 감사를 앞두고 일방적인 선언과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볼모로 할 수도 없으며 장기적으로 학생, 학교의 미래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bjsong@cbs.co.kr

"어른들 때문에…" 한 시골 초등생들 등교거부 35일째-노컷뉴스 [경남CBS 송봉준 기자] 경남 거창 북상초등학교의 등교거부사태가 16일로 35일째를 맞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1일부터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한 채 학교 인근에 마련된 천막교실과 공부방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전교생 41명 가운데


좋아요
0

훈훈해요
0

슬퍼요
0

화나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코멘트(Comments)

로그인 하시면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언론속거창 뉴스

최근 # 언론속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