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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령이 횡경재가 된 까닭은?

유대인 아쉬케나지가 살았었다. 그는 정확하고 질서를 너무나 잘 지키는 유태인 사회에 갑갑함과 환멸을 언제부턴가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이 사내는 경직된 사회에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만다. ‘엄격한 질서 보다는 헐렁한 자유를, 기계적 정확함 보다는 인간적인 혼란을’ 강조하는 사회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려고 아쉬케나지는 시장실을 방문했다. 그러나 유태사회의 문화에 진저리치는 사람이 그뿐이 아니었던가보다. 그가 방문한 그날 수많은 사람이 똑같은 이유로 시장을 만나려고 몇 시간 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아쉬케나지도 그 줄 맨 끝에서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한다.‘푸른숲’은 정형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짜여진 일정이란 게 없다. 산행의 일정은 그 전 산행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게 보통이지만 ‘푸른숲’은 그 형식을 초월했다. 지리산을 향해 가다가도 차안에서 덕유산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기도 하고 설악산을 가려고 오랜 준비를 했지만 우리가 올라간 산은 월출산이었다. 낙엽이 어디로 떨어지는지를 모르듯 또는 담배연기가 어디로 사라지는지를 모르듯 언제부턴가 ‘푸른숲’은 ‘오리무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아쉬케나지여 우리에게로 오라!원래 계획은 이랬다. 송계사에서 출발하여 횡경재로 올라 동업령까지 가서는 병곡으로 내려오는. 그러나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역시나 오리무중.호젓한 산길을 오르려고 이 길을 택했지만 수많은 등산객에 놀란 우리는 횡경재에서 지봉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날은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지만 눈은 녹지 않고 발아래서 뽀드득거린다. 오늘은 골프 차림으로 겨울 산을 맞이한 신입회원도 합세했다. 오리무중 산악회에 오리무중 복장이라 ‘어불린다’고 밖에.지봉의 팔부능선은 고통이요, 형극이다. 뭇사람들이여 그대들이 진정 고통을 아느뇨? 참다운 고통은 물어보라! 신승열에게. 신승열 회원은 생과사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얼굴색은 마이클 잭슨이 그렇게 바라던 백지장처럼 흰색이고 기력은 이미 바닥을 친 상태다. 산행대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람을 살려야지. 그래서 행선지를 확 줄여 횡경재로 내려오기로 했다.부지런한 백철우 회원이 지봉안부에 도착하여 점심을 준비한다. 구박받는 남편의 밥상 보다는 푸른숲의 점심은 훨씬 더 성찬이다. 전채 요리로는 찐만두이고 주 요리는 신라면이다.이기식 원장의 배낭에서 올라온다, 산사춘. 산에서 먹는 만두와 라면은 그저 기가 막힌다. 그 기에다 술임에랴. 사람 일곱에 만두 한 봉지와 라면 열개를 해치웠으니 누가 알면 르완다의 난민 캠프인줄 알았으리라.누구는 부랴부랴 어떤 이는 어슬렁어슬렁 그렇게 눈길을 해치고 바람을 가르며 산을 내려왔다.이게 끝일까?푸른숲은 원래 산을 오르려고 만든 조직이 아니다. 푸른숲의 역사 7할은 산 아래 그 것도 술집에서 이루어진다. 푸른숲의 회원이 되려면 영민한 머리를 가져야 한다. 차수변경으로 바뀌는 술집을 외우기가 보통머리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여하간 이 날의 술집편력은 생략하기로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따로 회장님이나 저에게 문의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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