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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넘어 기백산으로...

오늘은 겨울 지리산이다.그것도 흰눈이 펄펄 내리는날의 지리산이니 그 얼마나 설레고 흥분될일인가.2007년 1월28일 일요일 아침.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에 우리의 푸른숲 8인의 파르티잔들은 12인승 발레하우스 리무진에 올랐다.88도로에 올라 좌우를 둘러보니 새하얀 설경들이 푸른숲을 향해 황홀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고 그 유혹에 답하듯 우리들 가슴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아! 드디어 겨울 지리산에 가는구나. 죽전 휴계소에 들러 향기 그윽한 원두커피와 찐빵으로푸른숲 산행계획을 꼼꼼히 재확인 한 후 드디어 지리산의 초입인 인월에 들어섰다.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월에 드리운 지리산 여신은 우리에게 지리산 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도로는 주체할수 없도록 미끄러웠고 우리의 12인승 리무진도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첫사랑은 실패한다는 얘기는 간간히 들어봤었지만 푸른숲의 첫 번째 산행지도 이루어 질수 없도록 애초에 설계되었단 말인가.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다시 오리무중이란 오명을 바지 주머니 깊숙이 감춘 채 우리는 덕유산 언저리로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그래. 덕유산의 눈 산행도 끝내 주는 곳이지. 이렇게 위안하면서 대진고속도로 서상 IC을 거쳐 덕유산 입구로 진행하려하니 45인승 관광버스들도 미끄러운 도로위에서 경쾌한 탭댄스에 이어 현란한 비보이를 연출하고 있었다. 위험천만. 이런 길을 가는 것은 불속에 뛰어 드는 불나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덕유산만 산이냐. 서부경남의 자존심 기백산이 있지 않느냐.이미 칼집을 떠난 칼은 썩은 무시라도 베어야 하고 푸른숲 가는 길에 중도포기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드디어 기백산 입구. 아침 8시에 출발하여 10시가 조금 넘어 기백산에 도착 했다. 장도라고 표현해도 조금도 지나침이 없는 산행의 시작 이었다. 기백산의 남쪽 사면은 지리산과 덕유산 못지않게 눈이 많았다. 오르다 마주치는 설국의 경치는 엉어리진 가슴을 정화 시키기에 모자라지 않았고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눈꽃들은 다시금 사춘기의 설레임에 불을 지폈고, 눈앞에 펼쳐지는 낙화하듯 떨어지는 눈송이들은 봄날의 꽃비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래서 겨울 산이 좋은 것이야.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 정상에서는 모든 것이 맑아진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에 두고 온 세상일은 잠시 잊어도 좋다. 우리는 이 순간에 만족하고 호흡하며 자연과 하나 되어 산신령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드디어 애타게 기다리던 점심시간 이다.오늘의 메뉴는 A코스요리다. B코스가 궁금하면 다음 산행에 따라오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먼저 찐만두로 식욕을 돋운 다음에 주 메뉴인 라면이 나오고 곧이어 적색의 복분자주가 텁텁한 혀끝을 감치고, 다음에 향긋한 커피로 입안을 헹구어 내면서 제주 감귤의 달콤함으로 오늘의 코스요리가 끝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라면은 줄어들고 있었다. 서두르자!! 식사 후에 금원산으로 향하는 능선길로 들어섰다. 봄 가을엔 낭만이 있는 능선길이지만 오늘은 만만하지가 않다. 하산 대장이 있으면 그래도 위안이 되련만 지금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만 이 미끄러운 빙판길을 걸어야 한다. 살짝만 넘어져도 골절이 생기는게 겨울산행이다. 멀리 보이는 빛나는 경치도 발바닥 밑의 현실속으로 사라지고 없다. 조심조심 끝에 드디어 수망령으로 향하는 임도에 들어섰다. 아무도 걸어 본적이 없는 순백의 눈길에 푸른숲의 발자국이 찍히고 있었다.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뒹굴고 넘어지고 깔깔거리다 보니 어느듯(?) 4km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일순간 긴장감이 돈다. 얼마 남았는지 예측이 안된다. 나폴레옹이 지친 병사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가면서 병사들에게 신맛이 도는 음식을 약속했듯이 우리의 대표님도 조금만 더 가면 막걸리 한잔이 기다리고 있다며 푸른숲에 기운을 불어 넣는다.하지만 내려와 보니 막걸리 가게는 문을 닫았다. 얼굴도 모르는 나폴레옹과 대표님의 얼굴이 오버랩 되면서 지나간다. 힘든 산행 이였지만 하산후 늘 함께하는 가브리살과 소주가 있어 행복한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다음엔 꼭 지리산에 갔으면 참 좋겠다.숙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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