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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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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3월 1일 아침에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행정구역상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한 지리산 바래봉으로 출발했다. 출발하기전의 계획은 이랬다. 운봉읍 바래봉-> 팔랑치->세걸산->고리봉->정령치 휴게소->택시 타고->운봉읍. 좋은 산행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를 포함하여 3명이 산행을 시작했다. 아침의 날씨는 조금 서늘했으나 조금 걷다보니 금방 외투를 벗게 만드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룰루~랄라~~ 발걸음도 상쾌하게 걷다보니 이마에 땀이 흐르고 목이 말라 왔다. 물 한 모금 마실려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방을 뒤져보니 물이 없다. 아차......... 슈퍼에서 생수를 사 온다는 걸 깜빡했다. 요즘 나이 탓인지 잊어 먹는게 잦아졌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쩝. 동행한 옆의 선배에게 물을 청하니 그 선배도 “ 앗! 나도 물이 없다”고 그런다. 역시 나보다 나이가 많다보니 더 잘 까 먹는가 보다. 하하.. 웃을 일이 아니였다. 결론적으로 3명이 출발했으나 물이 있는 사람은 1명 뿐이였다. 큰일 났다. 저 먼 능선 길을 물 없이 어떻게 간단 말인가? 잠시 회의에 들어갔다. 돌아 갈 것이냐 아니면 그동안 돈독하게 쌓아왔던 전우애(?)로 한 방울 물이라도 나눠 먹으면서 갈 것이냐. 결론은 전우애를 살리자는 것 이였다. 뭐. 쫌 찜찜했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역시 3명의 인원이 500ml 생수 2병을 가지고 봄볕이 따갑게 내려쬐는 능선 길을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걷다가 혼자 마시기엔 서로 눈치가 보이니까 물 주인이 단체로 마시자고 제안했는데 한번씩의 배급량은 정말 소주 1컵 정도도 안 되는 적은 양이였다. 아~~~ 갈 길은 멀고 돌아가기엔 더 까마득한 진퇴양난의 형세였다. 그래. 그냥 계속 가야만 했다. 패잔병처럼 걸으면서 서로 나누는 얘기는 남쪽에 보이는 지리산 주능선이 장엄하고 멋지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하면 시원한 생수를 배 터지도록 마시자는 얘기 뿐 이였다.롤러코스트 같은 능선 길을 지나 마지막 고리봉에 올라서니 눈앞에 정령치 휴게소가 보인다. 아~~ 이 기분. 아무도 모를것이다. 고리봉에서 휴게소까지 남은 거리는 내리막길 800m. 이제사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드디어 정령치 휴게소 도착!! 야호~~~ 아!!! 그런데 거의 뛰다시피 내려가 도착한 휴게소는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주위엔 사람도 차량도 아무것도 없고 가뭄 끝에 메말라 버린 우물처럼 쓸쓸한 바람만 불고 있었다. 목이 더 말라왔다. 보였던 오아시스가 신기루였던 것 이였다.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래. 애초 계획대로 택시타고 운봉읍에 들어가서 생수 실컷 먹어보자. 정령치 휴게소는 전라도 땅이라 063-114로 전화를 걸어 택시회사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보니 택시가 못 온단다. 이유를 물어보니 운봉과 뱀사골에서 정령치로 올라가는 상하행 차선을 지리산 관리공단에서 바리케이트로 막아 놓아서 못 온다는 것이였다. 허~참... 택시가 못 온다니.......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전화하여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바리케이트를 잠시 풀든지 아니면 공단 차 한대만 부탁한다고 말하자 “길이 미끄러워 사고 위험 때문에 남원 경찰서에서 차량 통행을 막아 놓아서 차가 갈수가 없다. 그러니 그냥 걸어 내려와야 한다.“고 답한다. 그렇다면 아스팔트 포장길을 봄볕을 맞아가며 먹을 물도 없이 또 2시간 이상 걸어야 한단 말인가? 지리산 관리공단의 처사에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공단의 할일이 무엇인가? 지리산을 관리하고 조난자(?)를 구하는게 그들의 임무 아닌가. 이렇게 화창한 영상의 날씨에 길이 미끄럽다고 하는 말이 과연 핑계가 될 수 있을까? 또 회의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지리산 관리공단의 무사태평에 통렬한 또~O 침을 놓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다시 지리산 관리공단에 전화했다. “우리는 이곳 정령치 휴게소에서 움직이지 않다가 해 넘어가면 119 구급차를 타고 내려 올것이니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지금 바로 공단 차를 보내 주겠단다. 하하......... 내려 오는 도로는 봄 햇살을 받아서 차량 통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도로가 깨끗한데 왜 경찰과 공단이 도로를 막았느냐고 물어보니 “오늘부터 눈이 녹았다. 이제부턴 도로의 먼지를 청소해서 깨끗한 상태로 등산객들을 맞이 할 계획이다”라고 한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대답이였다. 그래도 운봉읍에 들어와서 생수 한 병씩 마셨다. 정말 꿀맛 이였다. 그러나 먹고 난 뒤의 기분은 꿀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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